Dwa Serduszka - Joanna Kulig
이름만 들어도 애잔한 나라 폴란드. 동유럽 국가들이 거쳐온 시간들의 무게가 쌓여 어딘가 침울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흑백의 건조한 화면 속 두 남녀의 차갑고도 뜨거운 사랑을 그려낸 영화 <콜드 워>는 폴란드 전통음악의 재현과 변주를 통해 민속 음악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폴란드 전국에서 민속 음악을 수집하는 ‘빅토르’는 합창단 오디션에서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줄라’에 첫눈에 반하고 그들은 지휘자와 합창단원의 관계로서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공산주의 이념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음악의 역할에서 갈등하던 빅토르는 서방 세계로의 망명을 시도하고, 주저 없이 그를 따라갈 것 같았던 줄라는 결국 문턱에서 주저하고 만다.
시간이 흘러 파리에서 우연히 재회한 빅토르와 줄라. 빅토르는 줄라에게 파리에서 가수로 활동할 것을 제안한다. 합창단원 시절 불렀던 전통민요 “Dwa Serduszka”(두 개의 심장)는 애수 어린 재즈 음악으로 탈바꿈하여 줄라의 유약한 목소리를 통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휘감는다. 줄라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혼란 속에 빠져들지만, 재즈로 편곡된 이 곡은 관객들의 가슴에 깊이 남는 사운드 트랙이 되었다.
낯선 언어로 노래를 들을 때, 알지 못하는 의미 너머에 담긴 감정을 그려본다. 때로는 선율 속에, 때로는 음운 한마디 속에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에 언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 속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색소폰의 깊은 호흡으로 시작되어 피아노의 부드러운 선율로 이어지는 "Dwa Serduszka"의 음조는 시대의 불안감 속에서 사랑의 외줄타기를 하는 두 남녀의 심정을 대변하듯 애절하다. 여기에 슬라브 언어 특유의 차가운 발음이 고독함을 더한다. 노래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아 가사를 번역해 보았다. 한 소년에게 깊이 빠져든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두 개의 심장, 네 개의 눈 밤낮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네.
…
돌처럼 딱딱한 심장만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지.
…
어머니는 그를 사랑하지 말라고 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그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오직 사랑만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임을 나직이 속삭이는 노래를 통해 줄라는 빅토르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다. 결국, 그들은 영화에서의 마지막 시간대인 1959년, 바르샤바로 돌아와 그들만의 사랑을 완성한다. 영화는 낯설지만 깊고 매력적인 폴란드 음악으로 냉전의 전조를 암시하는 차가움을 포착함과 동시에, 시대와 배경을 초월한 사랑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