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in Translation
소피아 코폴라 영화들은 저랑 잘 안 맞는 편이에요. 이 영화도 맨 처음 봤을 땐 그 고독과 쓸쓸한 감정에 깊게 공감하다가, 서양인이 아시아에 대해 전형적으로 느끼는 stereotype이 두드려져 심드렁해지더군요.
하지만, 여행자 또는 이방인의 느낌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낯선 곳에서의 첫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은은히 비쳐오는 햇살, 시부야 사거리를 건너는 수많은 타인들에 대한 호기심, 세련된 재즈바에서의 적막 등 제가 혼자 여행을 할때마다 품어왔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영화 마지막, 무언가를 속삭이는 샬롯과 택시를 타고 도쿄를 떠나는 빌의 얼굴은, 낯선 곳에 마지막 인사를 거낼 때마다 제 얼굴에 드러나던 표정을 짓고 았었어요. 이 순간에 흐르던 Just like honey의 잔잔한 목소리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