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urs
중학생 때 우연히 읽게 된 <Mrs.Dalloway(댈러웨이 부인)>. 그리고 몇년 후에 이 영화가 제작된 건 섬광과도 같은 운명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고등학교 사절, 극장에서 관객은 달랑 저 혼자였고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각기 다른 시대에 사는, 그러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버지니아 울프, 로라, 클라리사 세 여인의 하루는 허무함과 절망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삶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 삶을 자신의 방향대로 이끌어나가야셌다는 의지를 심어주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주머니 속에 돌을 넣고 강물로 서서히 들어가는 순간에도 분명 삶의 끈을 계속 쥐고 싶었을거에요.
세 배우의 경이로운 연기는 반복해서 언급해도 모자르고, 필립 글래스의 명징한 선율은 시대를 넘나들며 공기를 부여합니다. 요즘 피아노 솔로곡으로 연주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동명의 트랙 The Hours를 들으며 지금도 흐르고 있는 이 시간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