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크슈타인 Jun 16. 2024

프랑스와 마리옹 꼬띠아르, 그리고 이정재

희한한 꿈 - 좋지 않은 예감


꿈을 꾸었다.


잠은 잠시 잠깐이었지만 꿈만큼은 온종일 길게 꾸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의 꿈이 그랬다.


난 외국에 있었고, 그곳은 프랑스인 것 같았다.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선 에펠탑 같은 명확한 랜드마크가 있는 곳은 아니었으므로 느낌적으로만 그곳을 프랑스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교회는 아니고 수도회의 건물이랄까, 그다지 웅장하지는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성이나 궁전 같은 곳이었달까..



심난한 꿈을 꾸었는데, 잠에서 깨자마자 기억나는 만큼은 메모 앱에 세세히 적어놓았더랬다.  그리고 글을 올리려고 메모 앱을 열어 copy - 아 카피가 아니라 ‘잘라내기’를 해놨다가, 잠시 다른 짓거리를 하느라 그 글을 실수로 지워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매우 아쉽고 불쾌한 중이다.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다시 끄적거려야 할 판이라.



아래는 그렇게 다시 적은 글이다. ㅜㅠ


요지는 그 장소에서 마치 관광객들이 구경하며 여행을 즐기듯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가 담에 가로막혀 출입이 통제된 곳이 있어 아무도 그곳으로 가보려 하지 않을 때쯤, 익숙한 잘 생긴 얼굴이 지나가며 사람들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바로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되었고, 최근에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그랜드 마스터 제다이로 분해 연기력에 찬사를 받은 이정재 씨였다.



네가 가면 나도 간다는 식의 군중심리가 발동했는지, 세계적인 스타를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그를 따라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갔고 나 또한 그러했지만, 이내 수도사 같은 분들이 나와 사람들을 혼내며(?) 마치 양치기가 양을 몰 듯 문 밖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그냥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규칙을 어긴 어떤 패널티같은 것이었는지 나가는 문 앞에 서서 수도사 분이 알려주는 문구 구절을 암송해야 나갈 수 있었다.


‘난 프랑스어를 모른단 말이야. 전혀 할 줄 모른다고!!’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문 옆에 먼발치 정도의 위치에 있는 풀밭에 앉아있던 여인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세상에나! 그 여인은 바로 내가 가장 애정하는 프랑스 영화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였던 것이다.



얼떨떨하게 있는 나에게 그녀는 내가 암송할 내용을 불러 주었고, 내가 욀 수 있도록 몇 번을 반복해 주었다. 버벅거리긴 하지만 이내 ‘이제 대충 욀 수 있겠다. 난 외국인 관광객이니 그 정도면 봐주겠지’, ’벌금을 물리거나 하진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의 여유가 생길 무렵, 역시나 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난 그녀에게 팬이라고 밝히며 (그녀와는 어찌 대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꿈이니까 뭐), 용기 내어 프랑스식 인사를 했고 그렇기 헤어지기 아쉬워서인지 사진을 찍자고 바디 랭귀지를 섞으며 부탁했다.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그녀와 나란히 기대 앉아 한 팔을 주욱 뻗어 셀카의 앵글 안에 우리 둘을 잘 잡아보려 애쓰는데 왠걸, 도무지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일단 흔들린 사진이라도 자세가 나왔을 때 셔터를 눌러 몇 장 찍었지만, 선명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계속 시도를 했고 어찌나 잘 안되던지 휴대폰을 바라본 순간, 헐!!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어느새 아이패드로 바뀌어 있는 것 아닌가.



황당해할 사이도 없이 기다리던 수도사의 재촉하는 손짓이 보였고, 그렇게 그녀와 아쉬운 이별을 한 후 수도사에게로 걸어가면서 정신을 차려보는데 아뿔싸!  열심히 외었던 구절의 첫 부분이 떠오르질 않는다. 당황은 더 큰 당황을 낳는 법, 악순환에 빠진 난 이내 수도사 앞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최대한 애매한 발음을 하며 버벅거렸고, 제레미 아이언스를 닮은 그 수도사는 나에게 냅다 호통을 치셨다.


“그만 일어나! 어서 밥 먹으라고!!!”

.

.

- 일장춘몽.  >.<


덧.  교과서에서 배웠던 저 멀리 선사시대의 라스코 동굴벽화라든가, 로마에 복속되었던 골족의 갈리아 지방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동쪽에서 밀려오는 훈족의 압박에 못 이겨 게르만족이 서유럽으로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프랑크 왕국, 이후 프랑크 왕국이 분열되면서 그중 서프랑크 왕국이 지금의 프랑스가 되었고, 이후 중세의 프랑스 시대가 펼쳐진다는 역사적인 사실 같은 것들이 내가 알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정보이다.


그 뒤로는 성녀가 된 잔다르크가 등장하는 영국과의 기나긴 백년전쟁, 그 뒤의 근세 시대는 프랑스 내 신/구교의 갈등으로 촉발된 위그노 전쟁, 카톨릭을 대변하는 합스부르크 왕가와 치른 30년 전쟁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쳐 태양왕 루이 14세로 상징되는 절대왕정 시대 (사실 이 시기는 넓디넓은 베르사이유 궁전과 그 안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 여인들의 하이힐이 그로부터 생겨났다는 사실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가 열린 것으로 배웠다.



이후 절대왕정의 쇠퇴와 프랑스 대혁명을 맞이하여 격변의 근대를 맞이하고, 나폴레옹 시대를 거친 제 1제정, 왕정복고와 다시 공화정 체제로 복귀하는 등의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현대의 프랑스로 안착되었다는 것.


그 외에는 각종 매체나 다양한 시대 배경으로 접했던 영화들, 음악, 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이미지로서의 프랑스가 내가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인식이자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중엔 너무나 좋아하는 에디트 파이프의 노래,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만화에서 느꼈던 부분들, 카트린느 드뇌브, 소피 마르소, 이자벨 아자니, 줄리엣 비노쉬, 엠마누엘 베아르, 줄리 델피, 마리옹 꼬띠아르, 에바 그린, 레아 세이두 같은 애정하는 배우들,


그리고 아직까지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프랑스 와인.. 까쇼와 멜롯을 베이스로 하는 묵직하고 강건한 스타일의 보르도 와인(최종보스-5대 샤또)과 재배하기 까다롭고 보다 가벼우며 섬세한 피노누아의 부르고뉴 와인(최종보스-로마네 꽁띠), 페리에 주에나 뵈브 클리코, 돔페리뇽 같은 상파뉴 지역의 멋진 샴페인들..



“내 감정엔 진심이 담겨있죠. 그래서 연기가 통하죠”


명대사가 많았던 가슴 아픈 영화 ‘얼라이드(Allied)’의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겨 죽기 전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남겼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에 생생하다.


“Je t'aime mon Québecois.“

 (사랑해. 나의 퀘벡 아저씨)



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영어로 딸 애나를 잘 보살펴 달라고 한다.


”우리 아이를 부탁해요“


내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웠던 외국어 음성.


El Español 을 애정하던 나에게

가장 아름답게 느낀

음성의 언어가 프랑스어가 되리라고는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

.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