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초상
빗소리 천둥소리 파도소리
백색소음으로 귀르가즘 채우려 찾아 헤매는
새벽녘 ASMR의 방랑자여
마침내 자연의 속삭임에 멈칫 속을 뻔
스피커 너머로 들려 차가운 전파에 실린 소리는
따스한 울림으로 이 몸을 감싸주진 못해
피곤한데 눈이 아픈데
억지로 깨어 있으려는 마음은 도대체 무엇인지
이 밤의 한 자락 더 움켜쥐고 있고 싶어
요기조기 24시간 돌아가는 배달의 민족
조용한 방 안을 채우는 야식의 향기
이내 잠들어도 홀로 쉬지 못할 두 번째 뇌의 볼멘소리
잠을 갈구하며 또한 거부하는 모순된 반항
스스로를 혹사하는 욕망의 대가는
어디로 가 닿을까 바보 같은 걱정만 늘어나
흩어진 생각 부서진 마음으로 고단한 이 밤
고요한 새벽 깨어있는 밤의 초상 속에
다시 깨어 덧난 상처를 달래며 이내 다시 묻어본다
언젠가 이 무거운 불면의 밤도
나의 글과 함께 서서히 잦아들 수 있길 바래
내가 보낸 위로가 나를 찾아주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