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요, 우리
우리의 고차원적 의식과 정신,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뽐내는 영혼의 존재는
번쩍 지지직, 시냅스 간 교류하는
전기 신호의 흔적일 뿐일까
조로아스터가, 브라하마가, 붓다가, 예수가
신께서 가라사대, 만물을 창조하고
마침내 우리 안에 신성이 있는 영혼을 담아
흙으로 빚어내 주신 걸까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어
무심한 자연 위, 짧은 생 스쳐 지나갈 뿐
허나 안다면 또 어찌하리
고귀한 영혼이든 뇌 작용의 부산물이든
텔로미어와 활성산소가 옥죄어 오고
줄기세포조차 정복 못한 우린
자웅이 함께 해 불완전한 복제품을 만들어
생식의 굴레에 갇힌 유전자의 노예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이 땅에 발 디뎠을 뿐
답할 수 없는 심연의 물음엔 가슴만 일렁여라
불멸의 자리에 끝없는 길이 남았을지
잠시 피어올라 이윽고 흩어지는 찰나일지
어느 쪽이든 점점 길어지는 죽음의 그림자
믿음의 나침반이 어디를 향하든 강요하지 말았으면 해
우리 조금 내려놓고 오늘을 살자
하루하루 소중한 기적 같은 순간들을 느끼며
가진 전부를 다해 빛나야 할 이 한 생
고독한 영혼아, 불꽃으로 일어나
당신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존재의 이유를 노래하며
지금, 이 삶을 뜨겁게 살아가자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우리가 남긴 흔적 하나,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은은하게 빛난다면
그것이 곧 우리의 영원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