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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슈타인 Nov 15. 2024

정이란 무엇이길래..

정한(情恨)의 소곡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쉬이 떠나질 않는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어

소리 없는 물결처럼 홀로 떠다니는구나.


저녁 해 아래 외기러기 그림자야,

세월의 추위와 더위를 묻지 말거라.

임 생각에 오직 슬픔만 떠올라

천산 구름 속 그대 그림자는 어디로 들어갔는가.

한없는 한(恨)과 깊어진 정(情)을 탄식하니

오가는 인연은 한줄기 꿈결만 같네.


고독한 영혼의 울음 남풍에 부서지니

황량한 마을 고목에 홀로 남고

옛 친구의 말 한마디는 귓가에 여전하도다.

생사고락의 길, 그대와 함께 돌아가리라

무수한 정에 취해 흠뻑 젖어버렸던 밤

어찌 탄식하는가, 가을이 오고 낙엽은 지천에 깔리니

지난해의 고통이 영겁으로 찾아오는구나


천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과 이별을 만나고

기쁨과 슬픔에 몸부림 칠 운명일까.

세상의 이치가 이토록 아득하기만 하니

하늘이 어찌 너그러운가 묻노라.


.

.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원호문의 ‘안구사’ 시에 대한 답시를 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정에 대한 깊은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안구사에서 원호문이 전한 기러기의 충절과 사랑에 대한 감상은 떠나보내지 못하는 감정의 무게를 고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기러기의 그림자와 고독한 영혼의 울음으로 그리움이 가득한 정한을 노래해 봅니다.



- ‘안구사’는 금나라 시인 원호문(元好問, 1190-1257)이 1205년에 지은 시로, 기러기의 충절과 사랑을 통해 인간의 정(情)을 깊이 있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신필이라 불린 김용의 무협소설 ‘신조협려’에서 주요 인물인 적련선자 이막수가 종종 읊조리는 장면으로 유명하지요.


- 안구사(雁丘詞) 시 전문과 그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촘촘한 스토리, 살아 숨 쉬는 듯한 개성 있는 인물들, 유.불.도를 망라하는 깊이 있는 동양사상,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조합으로 무협소설의 신기원을 연 김용 선생의 작품세계를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제 글을 참조해 주세요.


- https://brunch.co.kr/@jacqueste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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