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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주문의 차이

우리의 말이 영혼을 울릴 때

by 자크슈타인


언어가 신성과 만나는 순간

히브리어로 '다바르(Davar)'는 '말'과 '사물'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말은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실체를 가진 존재였다. "빛이 있으라"라고 하니 빛이 있었다는 창세기의 구절이 단순한 은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진실로 받아들여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 자체가 창조의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산스크리트어 '만트라(Mantra)'도 비슷한 개념이다. '만(Man, 마음)'과 '트라(Tra, 구원하는 도구)'가 결합된 이 단어는 마음을 구원하는 도구로서의 언어를 의미한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만트라는 단순한 기도문이 아니라 우주의 진동과 공명하는 신성한 음성으로 여겨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언어에 초월적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 힘을 다루는 방식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기도와 주문, 염불과 찬송, 시와 주술... 이들 사이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세상이다.


기도 vs 주문, 방향성의 차이

기도와 주문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그 '방향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기도는 기본적으로 상향적(上向的) 행위이다. 인간이 신에게 올리는 간구와 감사, 찬양의 표현이다. 반면 주문은 하향적(下向的) 성격이 강하다. 초월적 힘을 끌어내려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기독교의 '주기도문'을 보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로 시작하는 이 기도는 철저히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맡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의 의지를 신의 뜻에 맞추려는 복종의 자세가 드러난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대 이집트의 장례용 경전인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에 나오는 주문들을 보면 전혀 다른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라(Ra)의 아들이다. 나는 토트(Thoth)의 형제다"라고 선언하며 신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사후 세계에서 겪을 시련들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주문들을 암송한다. 여기서 언어는 죽음 이후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불교의 염불을 보면 기도와 주문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행위는 아미타불에 대한 간절한 신앙 고백이면서 동시에 극락정토로 향하는 구체적인 수행법이기도 하다.

아미타불은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과 함께 삼존불로 자주 표현되며, 고통과 윤회에서 벗어나 극락왕생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신앙의 대상이 되어온 대승불교 정토(淨土) 신앙의 중심을 이루는 부처이다.

산스크리트 아미타바(Amitābha, 무량광불) 혹은 아미타유스(Amitāyus, 무량수불)가 중국에서 아미타불(阿彌陀佛)로 음차 되었는데, 자력으로 성불할 수 없는 사람도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염불을 하면 그 구제력(救濟力)으로 극락에 갈 수 있다고 설파하여 많은 대중에게 널리 전파되었다. 이처럼 대승의 정토신앙에서는 이 염불 자체에 구원의 힘을 가진다고 믿었던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만트라, 소리가 곧 깨달음

만트라(Mantra)'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말로, 문자 그대로는 ‘참된 말’, 또는 ‘진실한 언어’를 뜻한다. 종교적 맥락에서 신성한 힘을 지닌 주문이나 구절을 의미하는데, 현대적인 의미로는 인생의 좌우명이나 마음 깊이 믿는 격언을 지칭하기도 한다.


인도의 브라만교, 힌두교에서 말하는 신비한 힘이 담긴 단어인 만트라는 불교로 넘어가 진언(眞言)으로 불리는데 특히 티베트 불교에서 널리 쓰인다. 진언(眞言) 외에 주(呪), 신주(神呪), 밀언(密言) 등으로도 말하는데, 진실하여 거짓됨이 없는 불교의 비밀스러운 이 주문은 불교의 언어 수행 가운데 광범위하게 전승된 형태 가운데 하나로, 문자 이전의 구술 문화와 결합된 신앙 및 수행의 실천 양식이다. 불교 전통에서는 이 용어를 단순히 주문이나 기도의 형식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불타의 언어, 혹은 법신의 소리를 상징하는 수행의 도구이자 진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보았다.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만트라는 다음과 같다.

- 옴 마니 반메 훔(oṃ maṇi padme hūṃ) : 관세음보살 육자진언 또는 관세음보살 본심미묘 육자대명왕진언(천수경에서)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불교 종단 중 밀교를 표방하는 사실상 유일한 종단인 진각종의 경우, 이 육자진언만 외며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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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바람의 지식창고이자 사색공간, B612 입니다. IT업계에서 기획/전략/마케팅/영업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기술트랜드에 대한 공부와 함께 삶과 사랑에 대한 사색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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