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밤 산책: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단상

음악이여 노래여!

by 자크슈타인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장이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드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부지런하지 못하고 게으른 내 천성 탓일 게다.


아마 그래서 재미있을 것 같아 하면서도 여태 라운딩 한번 나가지 못하고 골프를 치지 못하고 있기도 한거려나.

날짜를 고려해 예약해서 일정을 잡고 장비를 실은 채 차를 끌고 가깝지 않은 곳으로 가서 최소 반나절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은, 경험해 보고 싶은 즐거움을 실행하지 못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뭐든 코앞에 닥치거나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 어떤 이유로든 정말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쳐서야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난 안 게으른 것 같지만 실은 무척이나 게으른 사람인 것 같다.


얘기가 잠깐 옆으로 샜는데, 그래서 내 인생에 가수들의 콘서트나 공연장에 가본 것은 5번.. 그 내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음악과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내가 음악을 소비하는 장소는 크게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주로 음악을 듣는 곳으로 나만의 음악감상실인 차 안이다. 물론 종종 분위기 좋은 영도다방 같은 엘피바를 찾곤 하지만, 마음만큼 자주 가지는 못하고 술자리에 이은 2, 3차 자리에 이어지곤 한다.


그에 반해 차 안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으로 어떤 음악을 듣든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골라 들을 수 있고, 때로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때로는 심장이 울리도록 볼륨을 키워서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다.


다만 큰 소리로 틀어 사운드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을 때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나 이면도로 동네길을 다닐 때는 민폐를 끼칠까 싶어 부담스럽고, 간선도로나 고속도로를 탔을 때에 눈치 안 보고 나만의 라이브장을 만들곤 한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곡을 골라 담아 CD로 구워서 들고 다녔다면, 이젠 다양한 음악 플랫폼들이 내가 좋아하는 곡 하나만 틀면 그에 맞는 비슷한 장르나 분위기의 곡들을 알아서 추천해 자동으로 선곡해 주는 알고리즘이 뛰어나 음악을 듣는 방식도 훨씬 편해졌다.



음악을 소비하는 두 번째 공간은 노래방이다.

이곳에서는 노래를 듣기보다는 주로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차오르는 감정을 풀어내고 싶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술 한잔 걸치고선 자주 가곤 한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다 같이 갈 때가 많지만 정말 노래하고 싶을 땐 혼자서 노래방을 찾곤 한다.

마른안주 정도에 맥주 한 캔 시켜놓고 자리의 분위기나 기타 다른 눈치 볼 것 없이 홀로 자유롭게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부르다 보면 이만한 힐링 공간이 없지 싶기도 하다. 그럴 땐 손님만 많이 없다면 사장님이 서비스 시간을 계속 팍팍 넣어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앉아서 맥주 한잔 같이하며 담소를 나누고 때로는 인생을 논하기도 한다.




오늘은 그동안 머리를 싸맸던 멜로디와 가사 정리가 끝나고 몇 번 연습해 보던 내 두 번째 노래를 스튜디오에 가서 연습 겸 가녹음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나 긴장도 되고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머리로나마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술 한잔 걸치고 노래방에 가서는 누가 말 안 해도 스스로의 감정에 취해 그렇게 필이 충만해져서 노래를 잘만 불러 젖히는 녀석이 스튜디오 녹음실 안에 홀로 들어서면 왜 그게 그리도 잘 안 되는 것인지. 감정을 살려 연기하듯 자연스럽게 부르려 해도 왠지 힘조절도 안되고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긴장한 탓일 것이며 맨날 취한 채로 앉아서 노래를 부르다가, 서서 시험 보듯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영 적응이 안 되는가 싶다.




오늘 저녁에도 가슴이 답답하여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할까 하다가 차를 몰고 강변도로를 좀 달리고 왔더랬다.


어떤 곡을 들을까 하다 선택한 첫 곡은 1990년에 발매된 포이즌(Poison)의 ‘Valley of Lost Souls’.

‘I hit the highway~ Touch life barely sixteen’ 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청량하명서도 허스키한 보이스와 강렬한 사운드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1983년 LA에서 결성된 이 그룹은 보컬리스트인 브렛 마이클스를 중심으로 결성된 헤비메탈 밴드이다. 좀 더 세분화하자면 글램 메탈이라 할 수 있는데, 동시대 글램메탈 밴드들과 비교해 볼 때, 개막장 컨셉의 머틀리 크루 보다는 좀 더 소프트하고, 본 조비보다는 상대적으로 흥겨운 파티록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프런트맨 브렛이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얻었고(가장 섹시한 남자 1위에 기록되기도) 멤버들의 잘생긴 외모 덕에 MTV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1980년대 록 밴드를 놓고 보면 빠질 수 없는 밴드.

당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글램 메탈 밴드 중 하나로, 머틀리 크루의 뒤를 이어 1980년대를 풍미했는데, 꽃미남 외모 멤버들의 화려한 화장과 의상을 입은 컨셉으로, LA 메탈 중에서도 ’글램 메탈‘을 확립한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건즈 앤 로지스의 슬래시가 포이즌의 오디션을 봤다가 탈락했고, 대신 C.C. 데빌이 가입했다. (스타일의 차이라고)


포이즌 최고의 히트 앨범은 1988년에 발표된 2집 <Open Up and Say... Ahh!>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던 80년대 대표적인 락발라드 가운데 한 곡인 ‘Every Rose has its thorn’ 을 비롯해, 역시 80년대 LA메탈을 소개할 때 빠질 수 없는 명곡인 ‘Nothin’ but a Good Time’, ‘Fallen Angel’ 등이 수록돼 있다. 이 밖에 ’Your Mama Don't Dance‘까지 숱한 히트곡이 쏟아져 나오며 미국에서만 8백만 장 이상이 팔렸다.



1990년 3집 앨범 <Flesh & Blood>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까지 남기며 그 해 최고의 락 앨범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앨범도 전 세계적으로 7백만 장 이상이 팔리며 거대한 성공을 거뒀고 베트남전쟁과 부익부빈익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Something to Believe In‘이 전문가들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빌보드 핫 100 3위를 기록한 ’Unskinny Bop‘, 뮤직비디오가 멋진 ’Ride the wind‘ 등도 LA메탈 최고 히트곡들로 손꼽힌다.


다음 곡은 Stryper(스트라이퍼)의 'To Hell With The Devil'.


스트라이퍼는 1983년 결성된 팝 메탈 밴드로 풀 네임은 ‘Salvation Through Redemption, Yielding Peace, Encouragement and Righteousness’ 이다.

이들은 좀 특이하게도 가스펄 메탈, 크리스천 메탈을 지향했는데, 1980년대 당시 미국 대부분의 개신교 단체 등에서 일부 록밴드들의 튀는 행동들이 악마 사상을 신봉하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헤비메탈은 사탄의 음악이라고 매도했는데, 스트라이퍼는 이런 분위기에 저항하고자 밴드를 결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독교적인 가사를 사용하고, 대중성 있는 멜로디의 헤비메탈 음악과 맑은 미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활동했다.


정작 이들은 크리스천 밴드로 불리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고, 종교적 색채가 있는 메탈밴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공연 때도 블랙 사바스와 오지 오스본이라던지, 종교적으로 아주 거리가 먼 다른 밴드들의 곡들도 공연에서 자주 커버했다고.


이들은 결국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결국 1989년 3월 잠실에서 국내 최초의 헤비메탈 밴드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86년 3집 앨범 'To Hell With The Devil'로 가스펠 메탈 밴드의 자리를 확고히 잡게 되는데, 최고의 인기를 받으며 플래티넘을 획득한 3집은 'Calling On You'와 'All Of Me', 그리고 B.S 차트 23위(1988.2)까지 오른 'Honestly' 같은 서정적인 록 발라드가 계속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88년 4집 'In God We Trust' 발매 때에는 종교단체 등에서의 초청 공연이 계속 이어진다.



힘찬 사운드와 시원한 고음의 샤우팅과는 상반되게 가사는 모두 신에게 간구하는 찬송가라는 특이함 때문인지 어렸을 때 꽤나 좋아했었는데, 다른 헤비메탈이나 록 그룹의 보컬들과는 달리 아름답고 맑은 미성의 보컬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미성이면서도 특유의 바이브레이션과 힘찬 고음은 마치 김경호를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한국 록 음악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김경호가 데뷔 시절 스트라이퍼의 보컬 마이클 스위트의 창법이나 발음 등에 큰 영향을 받았고 이를 카피한 게 사실이었다.

김경호는 스트라이퍼의 내한 공연을 TV로 보고 락가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시작했다고 하며, 방송에 출연해 스트라이퍼의 명곡들을 커버해서 부른 적도 있다.


이들은 종교인 밴드라는 컨셉에 걸맞게 약이나 술, 담배 등을 멀리해서인지 지금까지도 환갑이 넘은 리드보컬 마이클 스위트의 목 상태가 견고한 편으로, 재결합 이후 가장 최근 2022년 앨범까지도 무적의 포스를 보여준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 밴드 로고에 인용된 이사야서 53장 5절 (ISAIAH 53:5)의 전문



다음 곡은 너무나 유명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Welcome to the jungle’


앨범의 오프닝을 시원하게 적셔주며 이들의 야성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골드 판매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바로 다음 싱글인 Sweet Child O’ Mine 과 함께 그들의 최고 명곡으로 꼽히는 곡으로 와치모조에서 선정한 가장 위대한 건즈 앤 로지스의 음악들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곡은 액슬 로즈가 록을 하기 위해 LA에 처음 왔을 때의 일화를 바탕으로 작곡됐다고 한다. LA에 도착해 짐을 내린 후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어떤 흑인 거지가 그들에게 "정글에 온 걸 환영해, 이 애송이들아!"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것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쓰게 되었다고. '정글'은 문자 그대로 정글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에서 도박, 성매매, 마약 등이 이루어지는 그런 곳을 의미한다.



November Rain , Don't Cry 같은 발라드 곡들도 이들의 명곡 중 하나. 이름값에 걸맞은 거대한 팬덤을 자랑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1980년대 하드록 밴드 전성기의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미국 하드록의 자존심으로도 꼽히는 밴드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1억 장 이상, 미국에서만 5천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는.




모두들 뜨거운 청춘을 지나치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곡들.. 3곡쯤 듣고 나니 어느새 시원하게 뚫린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다.

볼륨을 너무 높여서일까. 문득 귀의 피로함이 느껴져 급선회, 늘 애정하고 존경하는 정태춘 박은옥 님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를 틀어본다.



잠시 들뜨고 오래된 추억에 젖어 스트레스를 날리며 쿵쾅거리던 내 심장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곡.


두 분의 노래도 노래려니와, 부부가 이렇게 끝까지 음악을 매개로 한 생을 함께 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몇 차례 인터뷰를 보니 남편의 삐침이나 화냄을 아내분께서 누나처럼, 엄마처럼 잘 보듬어 끌어안아 주시는 듯)


이제 다시 신선함이 필요한 시간.


선택은 2022년 발표된 루루(Ruru)의 노래.

‘천재는 시발 새끼들한테 미움받아 단명한다.’


“한 발 장전하고 내 머리에 총을 겨눈다

자신 없는 새낀 뒤로 빠져 난 먼저 간다

무식해서 겁이 없어 알고 있잖아

니넨 겁이 많아서 다 도망갔잖아”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도발적인 곡.


이 앨범의 곡들은 제목도 하나같이 문제적, 도발적이다.



. 가스라이팅 존나해서 당신 업시 못살게 해놓고 어디가

. 울지마 나 어디 안 갈 걸

. 살인 아니고 사랑인데요??

. 저는 아직 놓아주는 법을 모르는데요

.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 비루한 저예요

. 천재는 시발 새끼들한테 미움받아 단명한다.

. 저에게 구원은 XX이었습니다.

. 미안하다는 말이 제일 어려워

. 저 병원가기 전에 유부초밥이 먹고 싶은데요


한 번쯤 들어보시길.




밤 산책 드라이브를 마무리 지을 마지막 감상 곡은 Nerd Jung 이 부른 비운의 ‘나무젓가락’


당시 로제의 APT.(아파트)가 나온지 얼마 안되던 시점이라 그대로 묻혀버렸다는 전설이..? ㅎㅎ

청랑한 음성의 잔잔한 포크 발라드.. 음. 좋다~



올해가 가기 전엔 내 두 번째 노래도 이렇게 차 안에서 들을 수 있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