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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슈타인


진작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좀 늦어졌다.


둘째 녀석 개강한 대학생활의 첫 주가 지나고 찾아온 주말,

얼굴 보기 힘든 녀석들과 간신히 맞춘 약속으로

두 녀석들을 데리고 부모님께 다녀왔다.


나 역시 얼굴도 모르는 증조할아버지와

큰 아이 갓난아기 때 딱 요즈음 시기에 돌아가신 증조할머니

둘째 아이 갓난아기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나중에 함께 모신, 그보다도 더 일찍 가셨던 작은할아버지...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불리우는 분들이 함께 계신 곳.


그 아이들이 다 커서 당신들께 소주 한잔을 올립니다.

꽃샘추위는 살짝 사그라들어 딱 좋은 햇살의 초봄이네요.

절 받으세요.


평생 공무원으로 봉직하며 강직하게 사셨던 아버지,

집에서도 늘 공무원스러운 언어와 스타일로

내 반항심을 유발하던, 그때는 참 피곤하고 꼰대 같게만 느껴졌던 그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왜 이리 그리운 것인지.


뭘 하거나 무슨 일이 있어 나중에 알게 되시면

왜 애비에게 ‘보고’도 없이 그랬냐며 공직기강을 다잡듯

훈계하고 못내 서운해하시던..

그런 모습을 나도 모르게 내가 많이 닮아간 것 같다.


막내아들이 지 새끼들을 둘이나 다 키워 데려온 모습을,

둘 다 어엿한 대학생이자 성인이 되어 함께 뵈러 온 모습을,

그 사실을 ‘보고’드리러 주말 아침 찾아온 모습에

아버지께서 기특해하시고 많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위로.


건강하게 지금까지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버지 좋아하는 아구찜이나 곱창에 소주 한잔 함께 하며

이곳저곳 내가 다닌 맛집들을 다 모시고 다닐 텐데.


아이들은 또 할아버지께 얼마나 많은 이쁨을 받았을까.

아마 용돈도 엄청 주셨을 테지. 원래 기분파셨던 터라

그런 할아버지의 사랑을 놓쳐버린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자꾸 궁상맞아지고 생전의 아버지 모습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버지에게 절로 감정이입 되는 때가 많아지는 탓일 게다.

먹어가는 나이만큼 아버지에겐 죄송함만 하나 둘 쌓여간다.


암튼 잘 다녀왔다.


아마도 나에게 위로가 필요해서 굳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뵌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