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ntended Consequence of Social Action
18세기, 백신의 등장.
제너나 파스퇴르 같은 학자들 덕분에 백신을 통한 예방접종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19세기, 마취제의 등장.
맨 정신에 진행되는 수술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환자들이 쇼크로 사망하였으나 에테르, 클로로포름 등이 사용되면서 환자들이 고통에서 해방되었고 수술 중 사망률도 크게 감소하였다.
도시민과 유랑민의 차이는 어떤 점이 클까. 유랑민은 머물던 곳의 자원이 바닥나거나 배설물 등으로 오염이 심해지면 훌훌 털고 일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반면 도시민은 마트에서 자원은 끊임없이 공급받을 수 있는 대신 한 곳에 정착함으로써 쌓이는 오물과 배설물을 처리해야 했다.
하이힐이 곳곳에 널려있는 분뇨를 피하고 밟아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장실 하나 없던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상징되는 프랑스에서 기원되었고, 위층의 사람들이 무심하게 창 밖의 거리로 버리는 분뇨와 오물 세례가 빈번하여 이를 피하기 위해 맑은 날에도 우산을 쓰는 사람들의 풍경이 흔했던 시절을 지나, 19세기 후반~20세기 초에 이르러 상하수도의 분리 및 발전을 통해 위생이 크게 개선되었다.
오존, 염소 등을 이용한 소독 방법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빨래나 설거지, 배설물이 섞인 오수로 인한 감염이나 전염병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로써 인류의 평균 수명이 무려 30년 가까이 늘어나게 되었다.
미생물. 세균과 바이러스의 발견과 치료법 개발.
이제는 DNA 수준의 연구로 인간에 대한 해부학적 분석과 이해, 치료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연구, 돼지 등의 동물을 이용한 맞춤형 장기 생산 및 이식과 같이 노화방지, 생명연장에 대한 인간 설계의 영역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더불어 뇌의학, 뇌과학을 통해 고유한 별도의 영역으로 여겼던 인간 정신 분야에까지 탐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상의 변화와 발전이 짧은 기간에 이토록 급진적으로 일어나고, 이와 함께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유발하는 문제점 또한 이토록 많이 발생한 적은 아마도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여자들은 아이를 일곱 여덟 이상, 보통 열명은 낳았다. 소녀티를 벗기도 전에 결혼을 하고 일단 결혼을 하면 평생을 아이를 낳으며 살아야 했다. 평생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낳았던 여성들의 건강상태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고, 그런 상황에선 당연히 직업을 가질 수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었다.
여성들이 왜 이렇게 아이를 낳는 출산기계로 살아야 했는가. 그건 위생 및 보건의료가 발달하기 전의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채 서른이 되기도 전에 대부분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헌데 이 짧은 기간 내에 위와 같은 의학과 도시 위생 시스템의 혁신으로 서넛, 아니 한둘만 낳아도 안정적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자들은 이제 출산기계처럼 집안에서 아이만 낳지 않아도 되게 되었으며, 사회 또한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구조로 변화했다. 더욱이 수많은 남성들이 징집되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1,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해 사회는 여성 노동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여성은 이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사회에 진출해서 노동을 하게 됨에 따라 차츰차츰 인권과 성평등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일부 귀족이나 상류층과 빈곤층으로 확연히 대비되던 부의 구조도 이에 힘입어 그전보다는 보다 합리적으로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페미니즘’과 ‘중산층’의 등장은 의학과 도시시스템의 혁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연두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자 하던 순수한 열망. 고통에 대한 연민. 도시 위생에 대한 개선을 목표로 한 시도들..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새로운 사회계층이 만들어지고 페미니즘 사상과 운동이 생길 줄 알았을까? 결과적으로 그 성과를 통해 명성을 얻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이너서클이 생겼다 해도, 하나하나 개별적인 목적의 시작은 그 자체로 순수했다.
그리고 그 순수함들의 합이 의도되지 않은, 더 거대한 다른 변화의 물꼬를 트게 해 준 것일 게다.
“사회현상을 인간의 의식적 행동의 의도된 결과와 의도되지 않은 결과로 대별할 때, 대부분의 거시적 사회현상은 후자에 속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많은 의미를 주는 생각들.
#복잡계 #페미니즘 #중산층
(인용) “사회현상을 인간의 의식적 행동의 의도된 결과와 의도되지 않은 결과로 대별할 때, 대부분의 거시적 사회현상은 후자에 속한다.”
* 출처 : The Unintended Consequence of Social Action, Functional Explanation, and Individualistic Explanation (사회행위의 의도되지 않은 결과, 기능적 설명, 그리고 개인주의적 설명)
- The Kore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한국정치학회보) : 1990.2 372 - 384 (13page) / 서울대학교 황수익 교수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