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버지 : 안타까운 형제들

이젠 영원히 함께 하실 것이니

by 자크슈타인


아버지는 동생과는 나이 터울이 많고 어린 시절 홀로 서울로 올라와 고학을 하며 지내신지라, 동생과 장난을 치고 살을 비비며 지낸 시간도 적었고 이후에도 소통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영향이 컸을까. 작은아버지는 형님을 마치 아버지를 바라보듯 어려워하셨더랬다.


작은 아버지는 순하고 심성이 착하기 그지없으셔서 젊었을 적부터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다고 한다. 겨울에 얇은 옷만 걸친 채 길가에 있는 노숙인을 보고는 당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주고 왔다는 얘기는 자라면서 여러 번 들었던 일화다.


작은아버지는 학력이 그리 높진 못하셨다. 옛날엔 흔히들 그랬듯이, 맏이 딸이면 맏딸은 공장에 다니며 돈 벌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다하고 정작 본인은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기 일쑤로 희생을 강요당했었고, 맏이 아들이면 맏아들은 온 집안의 기대를 받으며 자원이 집중되는 혜택을 받았지만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기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진 채 대학까지 가고는 했었다는 이야기들.


작은아버지도 시골에서 자라며 집안일을 돕느라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것저것 조금씩 다른 일을 하시다 결국에는 택시운전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 착한 작은 아버지에게 고난이 닥친 건 운전을 하시던 중 실수로 사람을 치셨던 일로부터였다. 그 뒤로 몇 가지 사연이 더 있으셨던 것 같지만 자세히 알진 못한다. 암튼 커리어가 굉장히 안 좋게 꼬여버렸는데, 그 교통사고가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들었다.


피해자 병원비와 보상금 등으로 목돈이 필요했던 당시, 돈 나올 구멍은 우리 어머니 밖에 없어 결국 어머니가 비용 부담을 다 하셨다고 한다. 이 일은 이후 어머니와 할머니와의 뿌리 깊은 고부갈등, 작은 어머니와의 동서지간 갈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게 택시 면허도 말소되고 갑자기 밥벌이를 할 수 없게 된 작은아버지는 이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경제적으로 큰 신세를 지게 된 큰집(형수님)에 대한 죄송함, 무력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술에 의존하게 되셨다. 한참 심해지셨을 때에는 정말이지 알콜중독자, 폐인의 모습이셨던 적도 있으니.



그런 작은 집을 안타까워하시던 아버지가 기억난다. 하지만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게 마땅히 없어 더욱 심난하셨을게다. 그러다 아버지가 좀 더 직업적인 안정을 찾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시자 작은 아버지에게 일거리를 찾아 주셨다. 안 그래도 어릴 때 형과 헤어져 살가운 추억이 많지 않은 작은아버지는 나이 차이도 많은 형이 어렵기만 했는데, 이렇게 밥벌이까지 해결해 주니 고마운 만큼 더욱 어렵고 주눅이 드신 것 같았다. 두 분 모두 부인과 자녀들 앞이어서 그런지 마음속의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의례적인 대화만 하시던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다.


세월이 흘러 작은아버지께서 정신을 차려 술도 적당히 드시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작은 집도 차츰 안정이 되어갔고, 사촌동생까지 은행에 들어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가정형편을 돕기 시작했다. 특별한 경조사나 이벤트가 없으면 주로 차례를 지내거나 제사를 지낼 때가 작은집과 함께 만나는 날이었다. 함께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음복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덕담을 건네는 시간.


작은아버지는 간경화로 그리도 젊은 나이에 아버지보다도 더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럴 수 있던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참 좋은 시절이었다. 그래서 난 차례를 지내는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는 기일이 좋았다.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하시던 제주(祭主)와 집사의 일을 이제는 형과 내가 하고 있다.


지방(紙傍)을 쓰는 법이나, 영혼의 강림을 청하기 위해 향을 피우는 ‘강신(降神)’부터 술을 3번 올리는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제주만 절을 하는지 모두 같이 절을 하는지 절을 올리는 순서와 횟수,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조율이시(棗栗梨枾)'와 같은 제사상 음식 차리는 법, 오늘 올리는 제사가 어느 분께 올리는 것인지,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담긴 옛날 일화들… 그런 이야기들을 나의 아이들과 조카들에게 해주면서 말이다.


예전에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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