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邂逅)를 기다리며
머나먼 시공간의 굽이 어딘가,
어린 시절 손잡고 걷던 아버지와의 산책 길.
꼬꼬마 시절 산처럼 든든했던 나의 영웅,
학생이 되어선 아버지의 그 손 왜 뿌리쳤을까
아이 취급하는 게 싫었나
꼰대 같은 아버지가 후져 보였나
무엇이 불만이어서
무엇이 부끄러워 그랬던가!
돌이켜보니 햇살 가득한 들판,
아버지 웃음은 내 마음을 안도하게 해준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미소
신해철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깊은 나레이션 속에 담긴 그리움과 회한
아버지와 나를 통해 다시 만나며
이제야 조금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독한 투병의 고통에도 보여주신 의연함,
마지막까지 싸워주셨던 그 용기와 사랑으로 난
험한 세상 버티며 살아가네
집어삼키려는 망각의 유혹을 뿌리치고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진한 그리움
이 마음 더 흐려질까 두려워
존재의 숙명 앞에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는 하루하루
아버지 흔적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영원한 사랑의 기억,
그곳에서 다시 만나 두 손 꼬옥 잡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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