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 시장의 현황 및 미래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와인 시장은 예전과는 다른 침체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와인이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오늘날 상황은 크게 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인구 구성 변화와 젊은 세대 음주 문화의 변화
먼저 과거에 비해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며 전통적으로 와인을 즐겼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술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고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맥주나 위스키와 같은 더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와인은 가격이 비싸고, 형식을 갖춰야 하며, 한 번 오픈하면 다 마셔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젊은 층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와인은 딱히 소주나 맥주처럼 빈번하게 즐기는 음주 문화와 연결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수의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와인 생산에 미치는 영향
두 번째로 와인 산업은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와인 생산지의 기후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역과 같은 전통적인 와인 생산지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포도의 품질에 영향을 받고 있다. 포도가 너무 빨리 익거나, 지나치게 높은 당도로 인해 산미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와인의 맛과 품질을 저하시키게 된다. 또한 봄철의 저온이나 여름철의 잦은 강우 등 비정상적인 기후 패턴은 포도의 꽃이 필 때 수확량을 줄이거나, 과일의 성숙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잦은 강수와 같은 날씨는 포도에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도 하며, 이는 와인 생산에 큰 타격을 주는 요인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포도 재배지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와인의 품질과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와인 산지에서의 기후 변화로 인해 포도 품종이 어려움을 겪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재배지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와인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2023년은 많은 지역에서 와인 생산량이 급감한 해로 기록되었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해였다며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품질 높은 와인의 감소로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과 수입 통관 지연의 문제
한국의 와인 시장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와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곧 와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프리미엄 와인이나 특정 지역의 와인 수입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사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정책을 조정하거나, 더 저렴한 대체 상품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 정치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 예를 들어 정치적 갈등, 무역 분쟁, 자연재해,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발생한 팬데믹 등의 요인은 수입 통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통관 지연이 발생하면 와인은 컨테이너에 오랜 기간 묶여 있게 되며, 이는 와인의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와인은 저장 환경이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통관 지연으로 인해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입사들은 통관 지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재고 관리와 물류 최적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통관 지연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거나, 다양한 공급망 확보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물류 회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빠른 통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또한 환율 변동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입사들은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율을 고정시키거나, 환율 헤지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수입 대상 국가를 다변화하거나, 특정 국가의 와인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도 있겠다.
정부와의 협력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수입사들은 정부의 무역 지원 정책이나 통관 절차 간소화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역 협회나 와인 관련 협회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발 빠른 정보 공유와 함께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환율 변동과 국제적인 이슈로 인한 수입 통관 지연 문제는 한국 와인 시장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와인 시장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며, 수입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와인 시장의 현황과 트렌드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와인 소비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는 팬데믹 기간 동안의 '집콕' 문화와 홈술 트렌드에 의해 일시적으로 촉발된 측면도 강하다. 현재는 다시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취향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와인 등 전통적인 와인 산지의 와인이 주류였으나, 이제는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미국, 남아공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주류 시장에서는 와인이 상대적으로 고급 주류로 인식되어 있으며, 이는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젊은 세대들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와인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맥주나 소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술을 통한 플렉스를 하고 싶을 경우에는 와인보다는 위스키를 찾는 경우가 많다. 위스키는 심적인 만족감을 줌과 동시에 보관의 이슈가 적어 집에서 혼자서도 조금씩 혼술을 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또한,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저렴한 와인들, 작은 병 용량의 와인 등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기존 와인샵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에서 수입사와 주류 도매상들은 시장의 중심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와인 수입사들은 전 세계 다양한 와인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 있으며, 이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와인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와인 시장은 외산 와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변화 위기로 인해 와인 생산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사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수입사들은 고품질의 와인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최근에는 강달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와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따라 도매상의 가격도 오르게 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가격 적정성과 품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척 중요해졌다.
와인의 주요 판매 채널인 와인샵,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은 각기 다른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와인샵은 전문성과 희소성을 앞세워 고급 와인을 찾는 고객들을 유치하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인터넷과 전문 앱을 통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환경 변화로 똑똑해진 소비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와쌉 같은 커뮤니티나 비비노, 와인서처, 셀러 트래커 같은 앱들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와인을 사러 가기 전에 가격정보까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가격적으로 다른 곳보다 비싸게 파는 편임을 알면서도 이용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고급 와인과 함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여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배송 전 수령 고객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보내는 분과 배송일정에 대해 안내하는 점이나, 백화점 백에 담겨 고급스럽게 오는 포장 등 받는 사람의 기분을 고려할 때 선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주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명절 시즌에 고객들에게 와인을 보낼 때는 그래서 백화점 이용이 많은 편이다.
한편, 마트와 편의점은 저렴한 와인을 주로 취급하며, 대중적인 가격대를 중시하여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와인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와인 산업이 직면한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와인은 일반적으로 여전히 고가의 주류로 인식되며, 이는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성비 좋은 와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제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저도수 와인이나 무알콜 와인과 같은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여,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시장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가격이 싼 와인은 잘 쳐다보지 않거나, 맛있다고 말하길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 와인은 자신의 입맛에 맞고, 맛있게 마셨다면 그 와인은 나에게는 좋은 와인인 것이다.
기후 변화는 와인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와인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언제든지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지의 와인을 공급받을 수 있는 다변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와인 생산자들은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와인 재배 및 생산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과 기법으로는 기후에 강한 포도 품종 연구 및 개발, 유기농 재배 방식의 확산 등이 있겠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와 같은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도밭의 위치를 더 높은 고도로 옮기거나, 포도밭의 방향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고도가 높아지면 기온이 낮아져 포도 재배 조건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며, 와인 생산자들에 대한 지원과 연구 개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후 변화는 기존의 전통적인 와인 산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생산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소노마와 같은 지역에서는 서늘한 기후에서 가벼운 맛의 피노 누아와 같은 품종을 성공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고, 중국의 경우에는 이른바 ‘와인굴기’를 꿈꾸며 엄청난 면적의 와인 생산지를 정부가 나서 적극 키우며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기존의 와인 생산지가 위축되는 대신,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기에 이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와인산업 지도는 크게 바뀔 수도 있겠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소비자들에 대한 와인 교육과 경험 제공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와인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와인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미 많은 와인샵들이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나 와인 클래스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와인 문화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와인 시장이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와인 산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지속된다면, 와인 시장은 더욱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와인 업계 종사자들이 지금은 어렵겠지만, 소비자의 변화하는 니즈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지속 가능한 와인 문화를 만들어 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조] 칼럼 : 2024년 상반기 와인시장 분석과 전망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19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