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기록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매우 적다. 나 또한 그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늙고 있다.
왜 이 사실을 잊고 살았을까.
잊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늙어가는 것을 거부한다.
화장품부터 패션, 건강, 음식까지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안티에이징이 시대의 화두인 것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을 경멸하며 혐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치매에 걸린 노인을 바라보며 난 저렇게 늙지 않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면 저 밑바닥에서
늙은 것은 추한 것, 늙는 것은 슬픈 것,
늙지 않아야 무시당하지 않아,
늙지 않을 수만 있다면...
라고 매 순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늙어서 노인이 되는 것인데,
늙어 버린 세포는 약하고, 아프고, 기능을 100% 해낼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몸이 불편한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인데,
우린 늙고 아픈 사람은 다 병원에 있어야 해. 요양원으로 가야 해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
(인구 대비 치매를 앓는 환자 비율)
10.2%
중앙치매센터 '2016년 전국 치매역학조사'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란 소리다.
우리 엄마 친구 10명 중 1명은 치매인 것이다. 그 1명이 우리 엄마일 수도 있다.
그 어떤 질병률보다 높은 수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치매를 나는 늙은이들이 부리는 노망쯤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았을까.
내가 알고 있는 '치매'란 병은
아들, 딸 얼굴도 못 알아보고 식사는 스스로 할 수 없으며
거동도 불편하여 간병인이 대기 중이어야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며 주변인을 매우 불편하게 하는 그런 못 된 병이다.
시어머니에게 그런 증상들이 나타날 거라니...
그렇게 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 시어머니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벌꺽 요양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란 쥐꼬리만큼도 없으면서
요양원이란 단어부터 떠오르다니...
그런 치매 환자들이 모두 요양원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65세 이상인 738만 명의 노인(2015년 기준, 통계청) 중 73만 명을 요양원에서 모셔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세상에...
그만큼 나는, 우리는 치매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1. 시어머니는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2. 제일 처음 치매가 의심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치매 행동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3. 저처럼 처음 치매를 겪는 가족 분들에게 "경험의 공유, 위로"라는 마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