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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Nhere Apr 26. 2019

알츠하이머가 우리에게 왔다

치매의 기록

시어미니의 MIR 검사 결과 뇌 수축이 보였다.


그날은 신랑과 같이 였다. 

시어미니의 검사 결과를 나 혼자 듣는 건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검사 결과에 사뭇 긴장한 듯했다. 얼마나 아니길 바랐을까.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히고 집중을 해서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신랑의 모습이 보였다.

 

시어미니도 같이 있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결과에 놀랐다거나, 예상을 했다거나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그냥 무덤덤한, 그냥 무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땐 그냥 감기약 타는 것 정도로 생각하신 거 같다. 


신랑은 너무 일찍 치매가 온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시어머니는 너무 정정하셨다.   

"혈관성 치매가 아닙니다. 혈관 쪽은 좋으세요. 

 우리가 암에 걸릴 때 늙어서 또는 젊어서, 여자라서, 아이라서 걸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꼭 노년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



너무나 명료했다.    

얼마나 진행된 것인지, 앞으로 얼마나 진행되는 것인지, 정말 완치는 없는 건지 

뻔한 질문들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 대신 

"시어머니 갑자기 혼자 지내시던 2년 동안 발병하신 걸까요? 살이 많이 빠지신 것처럼?"

60세가 넘어서 체중의 급격한 변화는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는 얄팍한 지식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아니요, 

 그전부터 시작됐을 거예요. 

 그러나 아무도 인지 하지 못 하고 있었을 거예요. 

 본인이나 주변인이나.

 경도인지장애라고 하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정황상으로 최근 2년 가속도가 붙었을 순 있죠. 그러나 그건 확실하지 않고요. 

 시작은 그 전이였을 겁니다. 

 현재 상황으로 알츠하이머 의심됩니다. 

 굉장히 일찍, 초기에 잘 발견하셨어요. 이 시기쯤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많이 없어요. 

 훨씬 진행된 다음에 병원을 찾아오곤 하거든요.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나마 속도를 더 늦출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약을 처방받았다. 

처방받아 나오면서도 이게 맞는가 싶었다. 

초기 증상과 관련된 약들이라고 했다. 

그 약들의 이름이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진행을 늦춰줄 수 있다고 하니 

어머니께 한아름 약봉투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약봉투를 보고서도 아무 말씀도 없으시던 어머니셨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 보다 며칠이 지났다고 호소하시던 증상을 사라져 있었고 

아무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계셨다.


그날부터 아침저녁으로 약을 드시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처방받은 약들이 먹는 알약들이어서 지금도 여전히 알약으로 복용하신다.

(패치 등 다양한 형태의 약이 있다는 것은 최근 들어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약을 왜 먹어야 하니?'

라는 시어머니의 질문에 뭐라 설명도 할 수 없었다. 

두통약이라고 머리가 아프시다 해서 타 온 두통약이라고... 

그게 나와 신랑의 답변이었다. 

"머리 이제 안 아픈데 왜 두통약을 계속 먹니?" 

 "또 아프실까 봐요. 의사가 당분간 약을 좀 드시래요"


진짜 시어머니가 할츠하이머가 맞는가. 

검사가 잘못된 건 아닌가. 

우리가, 내가 너무 오버한 것은 아닌가. 


그러나 긴가 민가 하던 우리들의 생각이 확실하게 잡히는 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 시어머니는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2. 제일 처음 치매가 의심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치매 행동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3. 저처럼 처음 치매를 겪는 가족 분들에게 "경험의 공유, 위로"라는 마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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