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wNhere May 02. 2019

치매 명의를 찾아라

치매의 기록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고 앞으로도 필요 없는 지식 같았다. 

왜 나는 10% 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럴 것이다. 





백발의 노인에게만 나타나는 병. 

80세 넘은 꼬부랑 할머니에게 나타나는 병. 

어차피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다들 질병도 같이 오니, 그러다 보면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겠지.

직접 병을 경험하지 않는 병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얼마나 오만한가. 


...




검색창을 열고 알츠하이머라고 친다. 

다양한 지식들과 뉴스들이 쏟아진다.  

주르륵 펼쳐진 정보에는 나와 맞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병리학 적인 알츠하이머는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 텍스트에는 증상들이 나열되어 있다. 


언어능력 저하
시공간 파악 능력의 저하, 판단력,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
정신행동 증상, 신체 증상
[출처] 알츠하이머 증상과 원인 이해가 중요해요! 작성자 한국건강관리협회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이 언제 어떻게 나타난다는 것인지, 

그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하라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냥 약만 복용하면 되는 것인지. 


시어머니의 한 달치 약 봉투를 한 아름 받아왔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약, 저녁에만 먹는 약, 아침에만 먹는 약. 


그걸 나누어 담긴 것도 있었고 하나씩 뜯어먹는 약도 있었다. 

어머니께선 호기롭게 본인의 약봉지를 가져가셨다. 

약을 복용하고 첫날 유난히 졸려하셨고 유난히 메스껍다고 하셨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어머니가 혼자서 약을 제대로 챙겨 드실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친절하게 숫자가 적혀있는 약봉투에 아침저녁 약의 개수가 달라져 있고, 

별도로 먹는 약 또한 개수가 맞지 않았다. 


우리는 아차 했다. 

설마 이 정도쯤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그 날로 시어머니의 산더미 같던 약봉투는 우리 집으로 옮겨졌다. 

아침저녁으로 나와 신랑은 어머니 집을 번갈아 가며 들락거렸고 어머니 약을 챙기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진단은 세 자녀를 바쁘게 만들었다. 

최고로 좋은 병원에 최고로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로 받게 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 뉴스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가장 좋은 병원에 최고로 유명한 전문의에게 부모의 진료를 받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초진을 보았던 의사에게 의뢰서를 받고 MIR 복사본을 들고 우리 집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병원으로 향했다. 

담당 의사를 바꾸는 것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모시고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곧 출산이었고 병원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야 하니, 내가 아닌 다른 이가 같이 다닐 수 만 있다면. 

유명한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자녀들에게 스스로의 위안을 주는 것이니까. 


병원을 옮기고 난 그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3~4주에 한 번씩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일은, 3명의 자녀가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었고, 한 사람이 전부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건, 확실히 장단점이 있다. 

너무 사람이 많이 진료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지만 유명한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임상실험 등 새로운 약이나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도 있으니까. 

초로기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이른 치매였기 때문에... 

의사는 새로운 약이나 임상실험에 참여하기를 권했었고 몇 개월 동안 주어지는 약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기 위해 투자해야 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거리가 너무 멀어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그 또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3년쯤 열심히 다니다 우리는 다시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병원도 다니기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 

간병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 

질병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이지 뒤로는 날아갈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진행될 뿐이지, 멈추거나 좋아질 수는 없다. 

간병 또한 장기 레이스가 된다. 초기에 발견했으니 그 스타트부터 엔딩까지는 10년 이상을 봐야 한다. 

가족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다. 

가족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 


이건 지금도 중요한 부분이다. 







1. 시어머니는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2. 제일 처음 치매가 의심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치매 행동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3. 저처럼 처음 치매를 겪는 가족 분들에게 "경험의 공유, 위로"라는 마술을 기대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