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기록
봄이라 하기엔 쌀쌀해서 다들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었고,
가끔 3월까지 눈이 오는 날이 있었으니 봄인지 겨울이지 구분이 안되는 날들이었다.
감기와 몸살을 심하게 앓으신 시어머니가 동네 병원에서 감기약을 지어다 드셨다.
늘 가는 병원이었다.
병원에 다녀오신 걸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나를 급해게 찾으시더니
다시 약국에 가서 두통약을 사다 달라고 하시는 거다.
머리가 너무 아프시다고...
몸살감기약을 지어오셨길래 어머니에게 진통제가 포함 되어 있으니 좀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한두시간 후 어머니집에 가보니 게보O이 식탁위에 보란 듯이 있었고
아직도 머리가 아프시다며 두통약을 찾으셨다.
몸살기는 어떠시냐고 묻는 내게 어머니는
"감기는 아니야. 그냥 머리만 아픈거야"
라고 하였다.
그렇게 동네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어머니가 실제로 어머니가 조제하신 약들과 드신 약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리고 기존에 드시던 관절약, 혈액순환제 등을 포함해서...
수시로 처방받으신 감기약들과 관절염약들, 쥐가 자주 난다며 사다 드시는 약들, 두통약에 소화제에...
일단,
저녁때 신랑이 퇴근을 하고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난 다시 한번 어머니의 치매 검사를 권했다.
무슨 약을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느지 모르는 일은 치매라는 병을 얻는 것 보다 큰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음을 둘 다 모르지 않았다.
신랑은 누나와 동생에게 검사를 한 번 받아보자 했다.
그땐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시어머니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68세셨다.
아직 칠순도 안 된 할머니.
노인정이나 노래 교실에 가면 아기라고 취급 받는 나이. 인생은 60부터라면 아직 한창이셨다.
그런 시어미니가 치매 검사를 받는 다면 누구보다 본인에게 가장 충격이 클터였다.
어느 병원에 무슨과를 찾아가야 하는 지 조차 망막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뉴스를 뒤지고 근처 대학병원들의 정보를 얻는다.
치매는 신경과, 정신건강학과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신경과가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혹시라도 어머니가 내가 이검사를 왜 받아야 하니 라고 물으신면
자꾸 머리가 아프다 하시니까 검사를 한번 받아보자 라고 둘러 댈 생각이었다.
우린 가장 빠른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일반 어르신들이 아프시면. 누군가 큰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데,
자녀들은 (사위 며느리 포함에서) 누가 휴가를 내고 모시고 갈 것인가를 놓고 의논을 하기 시작한다.
이번엔 내가 가겠다고 했다.
어차피 내가 처음 이상한 낌새를 느꼈기 때문에 의사선생님과 할말도 가장 많을 것이고
현재 가장 가까이에서 상황을 지켜본 사람이니 내가 함께 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임신부지만 운전을 해서
어머니 진료는 함께 보는 일이 크게 무리되는 일도 아니였다.
그리고 난 휴직 중이었다.
다른 누군가는 휴가를 내고 따라 나선다고 했지만 말렸다. 그 정도는 아니라며...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했을땐 진료소 앞은 머리가 백발이신 노인들과 그들의 가족들.
뇌출혈 후유증으로 다리를 살짝 저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다.
진료소 벽면은 알치하이머, 뇌출혈 등과 같은 병명만 들어도 무서운 질병들의 소개 글들이 가득했고
그런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소은 분위기 부터 가슴이 눌리는 듯한 느낌이 주었다.
혹시나 어머니가 여긴 어딘지, 왜 왔는지 물어보시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속으로 대답할 말만 되풀이 하면서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시어머니의 성함이 불려졌다.
1. 시어머니는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2. 제일 처음 치매가 의심될 때 있었던 에피소드 부터
지금까지의 치매 행동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3. 저처럼 처음 치매를 겪는 가족 분들에게 "경험의 공유, 위로" 라는 마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