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와 가장 신기했던 건 에스컬레이터였다.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고 도어가 열리면,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신기했다. 마치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두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아무도 바닥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사람들은 심지어 뒤로 돌아서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타이밍에 맞춰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았다. 발바닥에 눈이라도 달린 것 같았다.
나는 타이밍을 연습하느라 한동안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면 바싹 긴장했다. 하나 둘 셋에 타는 거야. 하나 둘 하는데 뒤에서 밀어서 넘어질 뻔도 했다. 익숙해지기까지 몇 달쯤 걸렸던 것 같다.
당시에는 학교 앞에 지하철역이 없어서 신설동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이게 또 신기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이런 조그만 버스가 없었다. 귀여운 버스였다. 나는 마을버스 타는 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거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작은 좌석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들도 귀엽고 행복해 보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동네 사람들처럼 보였다.
서울은 황량하고 삭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귀여웠고, 마음 기댈 곳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와 마을버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