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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Oct 02. 2019

무장공비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북한에서 사람들이 자주 내려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잠수함을 타고  사람들이다. 어른들은  사람들을 무장 공비라고 불렀는데, 아주 위험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내려오는 바람에 우리 동네는 비상령이 내려졌다. 버스마다 군인들이 검문을 했고,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에는 헬기가 뜨고 총소리가 났다. 어느  할머니가 송이버섯을 캐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나는  세상이 비상시국이   같고, 영화  주인공이   같아 기분이 들떴다. 공비가  잡히고 오래오래 도주했으면 하고 기도했다. 사람은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만인가 비상령은 해제되고 내가 살던 도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무장공비가 타고  잠수함을 신고한 택시 기사 아저씨는 포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았다고 했다.  길은 우리 가족도 종종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우리에게 그런 행운이 오지 않은  나는 너무나 아쉬웠다.

 



나중에 시에서는  지역을 관광 명소화 한다고 했다.

 



깜깜한 밤을 환하게 물들이던 헬기의 조명,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타 다당 하는 발포음, 배를 까고 누워 머리를 받쳐주던 엄마의 무릎 같은 것들이 어우러져, 무장공비가  시간의 기억은 나에게 아름다운 영화의  장면처럼 남아있다. 아마 지금이라면 그러지 못하겠지.

 



그런 맥락에서 어린아이의 기억이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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