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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나는 어떻게 주짓수를 시작하게 되었나

워킹대드 주짓떼로 1편



나는 39. 은행원이다. 이렇게 자기 소개를 하면, 정말로 저렇게 자기 소개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대략 저런 정보를 전달받은 상대는 흐음, 하는 눈으로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느 쪽인가 하면, 대체로 별로 흥미롭지 않다는 쪽이다. 은행원? 월급은 많이 받지. 근데 일은 재미없어. 이것이 세간의 일반적인 평가, 라고 하면 지나칠까? 증권가 쪽은 좀더 야생의 느낌이 있는데 은행은 왠지 온실 같은 느낌이다. 지루하고 잠이 온다.  은행원이시구나. 은행에서는 어떤 일을 해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진심 1 없다. 모두 아니까.  입금 하고 출금해주고 신용카드  팔고, 대출 해주고 그런 것들.

 

어쩌다 취업 준비생들이나 대학생들과 멘토라는 낯간지러운 자격으로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생기곤 한다. 요즘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나 들어보면, 확실히 같은 나이 때의 나보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많고 계획도   있다. 오히려 내가 멘토링을 받아야 하는  아닐까 싶을 정도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요즘 취업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반증이기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은행원의 자질은 동일한 업무를 실수 없이 반복적으로 해낼  있는 정교함, 꼼꼼함이 제일 중요한  같다. 창의적이 되기 보다는 지루한 일도 군말없이 그냥   있는, 따분함을  견디는 성격도 필요하다. 나는 어떤가 하면 그렇지는 않으니, 아마 훌륭한 은행원은 못될 것이다. 그저 어찌어찌 겨우겨우 해내어 왔다는  맞을 것이다. 비결이 있냐고? 글쎄, 이러니 저러니 14년째 은행 생활을 해오고 있으니 ‘버티는 노하우같은  생겼다는 표현이 맞을  같다.

운동이 아니었다면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었을까



나의 노하우는 ‘몸을 움직이는 그리고 ‘꾸준히  이다. 이것을 처음 실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입사 3년차쯤 되었을 무렵이다. 입사 전보다 체중이 10키로 이상 불어나 외모도 변하고 체력이 떨어졌다. 전보다 쉽게 피곤해졌고 의욕도 점점 떨어졌다. 바지 사이즈를 바꾸어야 해서 옷을 새로 샀고, 그게 귀찮아서 주말에는 밖에 나가기 보다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가는 내가 망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체중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동네 하천 주변을 밤마다 뛰기 시작했다.

 

 묘했던 것이 일단 조금씩 뛰기 시작하니까, 점점    있게 되었다. 체중이 줄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뛰는 일이  즐거워지는 선순환 루프가 만들어졌다. 30분을 뛰던 것이  시간을 뛰게 되고, 그러다 회사 내의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서 10키로 마라톤을 나가고, 하프 마라톤으로 거리도 늘어났다. 그건 신기한,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몸이 발전하는 경험이었다.

 

그전에는 몸이란 것은 가만 놔두어도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떤 생물학적 시간을 지나면 노화가 시작되고 붕괴되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몸은 쓰기에 따라서  곡선을 (영원히는 아니어도) 오름세로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이런 저런 운동을 꾸준히 했다. 남과 비교할  엄청 대단한 기록을 세운다거나 하는  아니었다. 남보다 잘하는  아니라 ‘꾸준히 나에겐  의미있게 느껴졌다. 경쟁의 결과는  마음대로   없지만, 꾸준히 하는 것은 목표를  세운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3, 5 해가 갈수록 자부심도 생겼다. 엄청 멋진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아니지만, 나는 계속해왔으니까. 스스로를 칭찬할  있게 되었다.


 

그동안의 운동은 대체로 혼자 하는 것들이었다. 마라톤, 수영과 같이. 나이가 들면 ‘골프 해야 한다는 말을 주위에서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어떤 편견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해온 운동들이 ‘타인과의 관계 필요 없는 종목들이란 점은 타당한 지적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내가 내향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무언가를 읽거나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혼자 이루어나갈  없는 이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좋든 싫든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나는 그것을 나의 ‘이라고 느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운동을 해봐야지, 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주짓수를 선택한 일은 지금도 가장 잘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므로, 다른 도장에서 운동을  사람들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주짓수가 ‘내향적인 사람들 위한 단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다들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들이다





도장에 와보면 우락부락하고 거칠고 그런 종류의 사람으로 가득할  같은데, 오히려 조용하고 수줍고 생각이 많은 유형이 많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오래 운동을 한다. 서로 스파링을 하면서 몸으로 부딪히기에 쉽게 친해지는 편이고, 주짓수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를   있으니 대화 소재도 풍부하다. 기술을 혼자 연구해보고 스파링 파트너와 연습해 보는 방식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다른 운동 동호회(마라톤,수영)보다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일원으로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주짓수 도장의 문을 두드려 보심이 어떨지. 어쩌면 그곳에서 당신이 ‘편안하게 머물  있는 공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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