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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만삭의 임신부 되어 보기

워킹대드 주짓떼로 2편

, 하는 단발성 신음과 함께 손을 내밀어 탭을 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위에서 공격을 하던 상대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을  수가 없었다. 스파링이 잠시 중지되었다. 운동하던 사람들이 달려와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았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숨을 쉬려고  때마다 왼쪽 갈비뼈가 따끔거렸다. 체온이 싸늘하게 내려가는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이 살펴보더니 갈비뼈에 금이   같다고 했다.  순간  생각은 조금 어처구니없게도 ‘아내에게 뭐라고 말하지였다.

 

도장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이 뒤따른다. 그것 자체는,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이렇게 얘기하면 ‘어휴 그렇게 위험한데  해요라는 반응인데, 글쎄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운동을 해서 얻는 즐거움과 다쳐서 얻는 부상을 저울의   위에 올려놓고 경중을 쟀을  즐거움  축이 언제나 내려가기 때문이랄까.

 

부상의 종류를 보면,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이 가장 흔하고(상대방의 도복 깃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발톱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손가락은 꺾일   적이 여러  있기 때문에 , 그럴  있겠네 하고 납득이 가는데, 발톱 쪽은  모르겠다.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대방의 도복 깃에 발톱 끝이 걸려서 들리거나 하면 빠지게 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무릎도 안전하지가 않다. 주짓수의 방어 포지션을 ‘가드라고 하는데,  가드가 주로 상대방의 다리를 나의 다리로 휘감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공방을 주고 받다 보면  무릎이든 상대 무릎이든 꺾이게 되고, 작은 데미지라도 축적되면 무릎이 안좋아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주짓수를  사람 가운데에는 무릎 보호대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도장에서 다친 사람들의 고민 거리는 종종 ‘집에다 뭐라고 말하지 된다. 운동을 하다 다쳤다고 하면 분명 욕을 먹을 테고 (그러면 운동을 계속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적당히 둘러댈 말을 찾아야 하는데  경우에는 ‘회사  손잡이에 부딪혔다였다. 높이도 적당하고 개연성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 혼자 부딪히는   바보 같지 않나요? 앞을  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

그럼 누가 안에서 갑자기 문을 활짝 열어서 부딪힌 걸로 하지. “

그러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볼텐데. 엉뚱한 사람 욕먹게 하기는 . “

부서장이 그랬다고 그래. 그럼   없겠지.”

 

대강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

 

부상과 관련된 브레인스토밍을 마치고 출근 길에 회사 근처 정형외과의원에 들려 진찰을 받았다.

 

 하다 이랬어요?” 의사가 물었다.

주짓수요’.

 그거. ‘

 

의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일 위험한 운동이 뭔지 알아요?’

? “

축구에요. 축구. 그거는 다치면 정강이가 부러져서 . 발목이 아작 나든지.”


축구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져 버렸다



.”

엑스레이 보니까 골절이네. “

골절이요?”

부러졌다고. 여기 보이죠? 7 8.”

 

안보인다.

 

 걷어 보세요. 복대 이렇게  단단하게 움직이지 않게 하시고, 갈비뼈는 깁스가 안되니까,  옛날에는 석고로 하기도 했는데 그게 살도 짓무르고 부작용이 심해서 요샌 그냥 복대를 해요. 그래도 이게 깁스 효과를 보려면 최대한 거기를 움직이면  돼요, 석고로 깁스했다 생각하고 최대한 움직이지 마세요.  때도.”

 

 때도 움직이면  된다라. 그게 의지대로 가능한 일인 건가. 아무튼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병원에서 수납을 마친 , 회사로 향했다. 몸통을 최대한 고정한 채로.

 

**

 

나는 거짓말을  못한다. 정직해서라기 보다는 쫄보라서 그렇다. 거짓말을 종종 하는데도  들킨다. 발전이 없다. 퇴근을 하고  현관문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침의 브레인스토밍 결과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아내의 눈을 마주친 순간, 너무 긴장되어서 나도 모르게, “오늘 스파링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졌어라고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아내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랬어? 많이 아팠어? 병원엔 가봤어? 의사가 뭐래? 누가 그랬어?  같은 질문 콤비를 쏟아내긴 했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

 

그날부터 나는 만삭의 임신부처럼 거동이 불편해졌다. 자리에 눕고 일어나는 일부터 시작해서 걸을 때도 허리를 뒤로 젖히고 걸었다. 다친 부위가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세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진짜 만삭의 임신부는 아내였다는 점이다.

 

아내는 예정일을 불과   남겨두고 있었다. 전보다 배가 많이 불렀고 바로 누워도 불편하고 모로 누워도 불편한 시기였다. 배가 불러 발이 보이지 않아 발톱은 내가 깎아줘야 했다. 흡사  명의 임신부가  집에 살고 있는  같은 풍경이었다. 침대에 누울 때면 아내도 나도 아고고 소리를 내어야 했다.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

 

아내는 어느  그런 모습을 보더니 배꼽을 잡고 웃었다. 너무 웃어서 배가 땡길 정도로.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알겠어.” 나는 아내의 발톱을 깎아주며 말했다.

다행이네.”

 

아내가 웃었다.



 

주짓수는 언제부터   있을까요?”  번째로 병원에 갔을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2개월이면 뼈는 붙겠지만, 그거 과격한 운동이죠?”

무릎으로 배를 찍어 누르기도 하죠.”

그런 거만 피하면 2개월 뒤에   있어요. , 사실 말려도  거고 그죠? 조심조심하면서 하세요. 다치면  오면 되지.”

 
 

결과적으로 나는 3개월을 쉬었다. 아이는 예정일을 훌쩍 지나 세상에 나왔고, 아내의 산후조리를 돕고 갓난 아기를 돌보는 사이에 해가 바뀌었다. 그리고 덩달아 다른 것들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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