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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어느 편이냐고 물으신다면

워킹대드 주짓떼로 4편

"형님은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

 

도장에 나간  , 홀딱 벗은  샤워실에서 들은  질문이었다. 불쾌했냐고? 아니 전혀. 생각해보니  이상하긴 했다. 아마 평소의 나였다면, 이런 꼰대가? 싶었을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우리 도장은 건물의 7층과 8   층을 쓰면서  층은 탈의실과 샤워실이 있고  아랫층에 매트가 있는 구조다.    층은 내부에서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발로 오간다.

 

입장하는 순서는 이렇다. 엘리베이터가 7층까지만 운행하는 지라, 7층에서 내려서 신발을 벗고 오른켠 벽에 설치된 오픈형 신발장에 신발을 거치  , 맨발로(양말은 신어도 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탈의실에서 도복으로 갈아입은 , 다시 아래 층으로 내려와서 운동을 시작한다.

 

사소한 팁이지만, 도복 안에는 래시 가드를 입는 편이 좋다. 땀이 많다던지 해서(내가 그렇다)아래   입기가 그러면 최소한 위에라도 입는 편이 좋다. 이건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스파링 상대방을 위한 배려인데, 아무래도 서로 부둥켜 안고 구르고 조르고 하는 운동인데다, 도복이 쉽게 벗겨지다 보니 안에 래쉬 가드를 입지 않은 경우 민망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맨살에 접촉하는 기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드물긴 하지만 이성과 스파링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땀이 많이 나는  같은 경우에는 땀이 지나치게 도복에 흡수되어 쉽게 도복이 망가지는 일을 막을  있다는 이점도 있어, 반드시 상의 안쪽에 래시 가드를 입는다. 도복에 쓸리는 자잘한 상처를 방지할 수도 있다.

특히 여름은 헬입니다. 겨터파크개장.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도장에서는 서로 ‘형님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라고 부르거나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친해지고  뒤의 일이고,  전에는 남녀노소 평등하게 ‘형님이다. 이게 어디서  호칭인지는 모르겠지만,  맘에 들어서  지금도 나이가 어리건 많건 성별에 관계없이 ‘형님이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상대의 나이를 굳이 물어볼 필요 없이 존대하면 된다는 점이 편하다. 친해지게 되면 나이야 자연스레 알게 되지만, 그런  일일이 기억하는 일도 피곤하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 하는 식의 꼰대짓을 피하기에는 상호 존칭이 적절한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가끔 불편하다면 편하게 부르라고 하는 ‘형님 계시지만, 그래도 누구는 ‘누구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해서 그냥 고집스럽게 ‘형님으로 통일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파벌을 만드는 일도 싫어했고   내편 갈라서 싸우는 일도 마뜩잖아 했는데, 그러다 보면  편도  편도 아닌 회색분자로 오인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터놓고 함께 이야기하면 웬만한 일들은 풀린다고 믿었다. 우리가 무슨 정치, 경제, 역사 같은 거창한 주제를 놓고 100 토론 하는 패널도 아니고 기껏해야 엠티 가는데 삼겹살을 먹느니 마느니 가지고 싸우는데 굳이  상하고 마음 상할 일이 있나 싶었다.

 

 사람 마음이    같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먹이냐 찍먹이냐로 멱살잡이로   있다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 가르지 말고  같이  지내봅시다주의다.

 





 

예전에 어느 웹상에서 ‘어느 편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본일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김훈 씨의 글이었다. 글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냥 물음 자체에 무척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어느 편이냐고 자꾸 묻지?     나누어서   싸워 보자는 건가? 그래서 이기면? 뭐가 남는 거지?  

 

솔직히 편을 따진다면 나는 아내 편이고, 율이 편이고,  편이다. (  순서대로는 아니다)  외에 다른 편에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떤 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도 반대로 전적으로 반대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주장에도 일리가 있고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럴 때면 나는 거꾸로 물어보고 싶어진다.

 

저는 어느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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