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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만두귀는 먹는 건가요?

워킹대드 주짓떼로 5편

오빠 귀가 이상해.”

 들리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양쪽이 달라, 크기가.”

 

아내의 말에 거울에 귀를 비쳐보니 정말로 달랐다. 오른쪽 귓바퀴 안쪽 부위가 효모 넣은  마냥 볼록 솟아있었다.

 

만두귀 되는 거아냐?” 아내가 입을 삐죽였다.

끔찍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내가 손사래쳤다.

 

**

 

주짓수나 레슬링 같은 운동을 그래플링이라고 하는데, 그래플이라는 말이 ‘땅바닥을 긴다그런 뜻이 있다고 한다. 타격을 사용하지 않은 , 상대를 부둥켜 안고 메치거나 조르고 꺽는 격투기를 말할  사용하는 용어다. 아무튼,  운동을 하다 보면 생기는 ‘직업병중의 하나가 ‘만두귀.

 

항간에 만두귀와 감자 주먹은 시비를 피하라는 말이 있다. 반복된 훈련으로 신체의 일부가 변형될 정도의 고수이므로 몸의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활의 지혜인데, 실제로 주짓수를 해보니 귀는 아주 쉽게 변형이 되곤 했다.

 

, 만두귀가 되면  보이고 좋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아주 예전, 아마도 고등학생 , 잠깐  적이 있긴 하지만, 막상 귀가 변형되는 상황에 닥쳐보니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았다.

 

여러모로 무서울 것 같긴 합니다만..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귀에 물이 차면 (전문용어로 ‘이개혈종이라고 한다) 얼른 이비인후과를 가라고들 한다. 병원에 가면, 주사기로 귀에  물을 뽑아내고 약물을 넣어주는데 그럼 붓기가 가라앉고 원래  모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면 주사기로 물을 빼도 소용이 없고 굳어진 상태가 된다. 그게  2~3? 아마도 최근에 운동을 하다가 물이   같은데 골든 타임을 놓쳐서 그대로 굳어져 버린 모양이다.

 

나는 거울을 보며 오른쪽 귀를 만지작 거렸다. 나는 원래 귀에 살이 없고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은 편이다. 왼쪽은 원래의 . 오른쪽은 새로 업그레이드(?) . 기분이 묘했다.

 

**

 

이거, 이미 굳어버렸네요.” 의사가  귀를 만지며 말했다.

물도  있지 않아서   없어요. 다음엔 좀더 일찍 오셔야 돼요.”

그래야겠네요.” 나는 침울해져 말했다.

 

이비인후과는 회사 옆에 위치해 있다. 나는 감기가 자주 걸리던 (환절기마다 걸렸다)이라 종종 왔었다. 진료도 신속하고 처방도  들었었다. 희한하게도 주짓수를 하면서는 감기에 걸린 일이 없어 오지 않다가  때문에 찾게  것이다.

 

어릴 때는 이비인후과가 ‘이비누꽈라고 생각했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발음하는  같았다. 지금도 발음 자체는 그렇게 들리긴 한다. 나중에 커서야 (), (), (인후) 관련된 질환을 다루는 병원이라는 뜻을 알았다.

 

 ‘이비누꽈 나는 지독히 싫어했다. 뜨끈한 김이 뿜어져 나오는 기계를 얼굴에 뒤집어 쓰고 30분씩 앉아 있는 일이 가장 고역이었다. 흡입기로 콧물이 뽑혀 나가는 느낌도 싫었다. 뇌수가 딸려 나가는  같았다. 어린 마음에도 원인을 찾아내 고쳐야지, 이런 식으로 대충 증상만 치료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원인을 찾아야지!

 

맞는 말이다. 만성 비염의 원인은 모르지만, 만두귀의 원인을 알고 있다. 주짓수다. 관장님은 머리를 상대에게 자꾸 들이밀면 만두귀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  아닌  같다. 나는 가드 플레이어(방어 위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 밑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추측으로는, 공격을 받을  종종 헤드락이나 남북 자세에 갇혀서 발버둥  때가 있는데, 그때 귀가 상대방의 팔이나 다리에 많이 쓸려서 그렇지 않나 싶다.

 

**

 

의사가 뭐래?” 집에 돌아온 나에게 아내가 묻는다.

굳었대.”

으이구, 잘한다. 때려쳐, 주짓수!”

 

갈비뼈가 부러져도 뭐라 않던 아내가 주짓수를 그만두라고 한다. 나는 군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켠다.

 

방에서 뭐해? 삐졌어?” 아내가 밖에서 묻는다.

아니, 솔루션 검색.”

 

쇼핑몰  장바구니에 격투기용 귀보호대를 담는다. 결제는 다음달 월급이 들어오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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