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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삶의 변화를 마주하는 나의 자세

워킹대드 주짓떼로 6편

부상 얘기를 자꾸 썼더니 주위에서, 그러다 주짓수 한다는 사람도  한다 그러겠다,  한다. 하긴 나도 그런 얘기부터 들었다면 좀더 생각해 봤을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하는 사람은 하게 되지 않을까.  무책임한 발언 같지만, 억지로 시킨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말린다고  하는 것도 아닌  같다.

 

종합병원화 되어가는 몸




아침 7. 준비운동이 끝나고 물을   마시는 시간. 우리 도장은 건물 꼭대기 층에 있어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아름답다. 바로 맞은 편에는 파고다 공원이 보이고 공원 주위로 웬만한 건물 키만한 가로수들이 울창한 나뭇잎을 드리우고 있으며,  옆으로는 시원하게 뚫린 6차선(맞나?) 도로가 동대문에서부터 종각을 거쳐 광화문까지 길게 뻗어 있다. 이제  뜨기 시작한 해가 도로  끝에서부터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빛을 도장 매트 가득히 비춰주면 하얀 매트는 어느새 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주짓수를 하는 누구나 자신이 다니는 도장을 사랑할 테지만, 나는 특별히  도장의 고도와 조망을 사랑한다.

 

그래서 도장이 위치를 옮길 수도 있다는 얘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재개발이 들어간대나봐. 건물주가 안한다고 버텼었는데, 결국 하기로 했다는  같더라고. 우리 도장도 조만간 옮겨야   같아.” 도장에서 반장 역할을 하는 형님이 말했다.

언제요?”

글쎄, 아마 가을쯤? 정확한 일정이 나오면 관장님이 알려주실 거야.”

 

나는 먹던 커피 종이컵을 손에   멍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느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율빠야, 우리 이번 주말에 다른 동네로 이사 간단다라고 얘기하셨던 순간이 오버랩되었다.

 

**

 

사람들은  이사를 갈까. 어느 부동산 중개  광고처럼 층간소음 때문일 수도 있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서  수도 있고, 그냥 지겨워져서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안정 지향적인 사람인 나로서는 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중학생  나는 어머니에게 이사   가면 안되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없었다. 사실 전조는 그전부터 슬금슬금 피어나왔었다. 아버지가 사업이 말이야, 그래서 집을 담보 대출이 말이야, 그러다가 동네에 대한 자아 비판이 시작된다.  동네가 시내 접근성이  떨어지지,  집이 방이 쓸데없이 너무 많지, 같은.

 

우리 도장은 입지가 너무 좋다. 직장도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고 지하가 아니라 공기도 쾌적하고. 아침에 바라보는 일출 풍경도 예쁘고. 운동이 끝나면 먹을  있는 맛있는(그리고 저렴한) 커피를 파는 가게도 있다. ‘좋은 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속담이 있던가, 없던가.

 

아내에게 말했더니, 멀리  갔으면 좋겠네, 한다.  그렇구나 회사에서 멀어질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아침에 운동을   있을까. 운동 끝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아닌가. 그럼 가방에서 도복 냄새가  수도 있는데, 아니 그것보다  시간에 출근을  수는 있는 거리려나? 역시 종로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근데 주짓수 도장도 젠트리피케이션이랑 상관이 있는 건가? 생각이 이어지고 머리 안에서 매듭이 꼬이는 것만 같았다.

 

그냥 여기 살게 해주세요 별님


 

이사 안간대. 미뤄졌댄다.” 반장 형님이 말했다.

, 다행이네요. 걱정했는데.”


 나는 안도했다.  주간의 근심이 씻은 듯이 나았다.

 

**

 

율빠님 들으셨어요? 저희 이사 간대요.”


어느날 출근을 했더니, 회사 동료가 말했다.

?”

이미 확정되었고, 이제 이사 준비만 남았다는데요?”

 

이건, 무슨 농담 같은 일인가. 도장이 가만히 있는다고 하니 이번엔 회사가 간다고? 사실이었다. 임대료도 비싸고 (어딜가나 그놈의 임대료가 말썽이다), 여러가지 내부 사정상 이전이 결정되었단다.

 

흐음, 이번엔 무슨 고민을 하나. 됐다. 고민 해봐야 내가 바꿀  있는 일도 아닌데.  삶을 좌지 우지 하는 힘들이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 나는 살짝쿵 침울해진다. 그런 것들이 나를 흔들지 않는 세상에서  수는 없을까. 그저 매트 위에서 하루 종일 롤링하듯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을까. 어떤 변화도 내가 가드할  있고, 어떤 가드도 내가 패스할  있는 그런 궁극의 마스터가  수는 없을까.

 

 

**

 

아침 6. 주위가 아직 전원을 켜지 않은 전자기기처럼 조용한 가운데, 나는 집을 나선다. 어깨에는 운동 가방을 메고, 귀에 무선이어폰을 꼽자, 핸드폰의 음악 앱이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영국 밴드 트래비스가 무척이나 구슬픈 음성으로 Writing to reach you 부른다. 나도 외치고 싶다.


회사 님아,  길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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