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짓수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방학 Aug 23. 2019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의 자세 2

워킹대드 주짓떼로 8편

도장에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에 얼굴을 새기고 이름을 남기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 다른 곳으로 떠난다. 도장에 머문지 2년이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그런 변화를 느낄  있었다. 그럴때면, 우리는 떠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가끔 호명하며 그가 다면 이랬을 텐데, 라는 머리말로 시작하는 말을  마디쯤 주고받으며 그를 기억하는 의식을 행하곤 한다. 그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닌 지극히 자연스런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대인 관계에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마치 나만 모르는 어떤 암호를 서로 주고 받는 것만 같았고, 나는 그래서 내가 뭔가를 말하거나 주장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데주의를 쏟았던  같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종종 대인 관계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비춰져 오해가 쌓이거나 사람과 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멀어진 사람과 다시 가까워 지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아예 모르는 사이에서 가까워지는 일보다 어려운  같았다. 결국에  멀어진 사람은 그냥 멀어지는 대로 두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인관계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무척이나 부러웠다. 내가 그런 성격이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사람에게 끌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고, 특정한  사람과 특별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과 가까이 지낼 때면 종종 외로움을 느꼈다. 오히려 가까워지기 전보다  외롭다고 느껴졌다. 상대방도 그런 사실을 눈치 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나면 자연스레 나는 그로부터 멀어지고 많은 사람 중의 하나로 돌아가곤 했다.

 





 

주짓수에서 가드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격을 해오는 상대가 너무 멀리 있어도, 반대로 너무 가까워  깃을 잡아서도 안된다. 충분히 가까워야 하는 동시에 충분히 나의 공간을 확보할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를 확보해야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스윕(방어에서 공격 포지션으로 전환)  공격으로   있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상대와의 ‘거리에 대한 감각 익혀야 한다. 이건 누가 알려줄 수가 없다. 체형이나 주로 사용하는 기술, 그리고 ‘성격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

 

쟤는 부드럽게 하니까 쟤랑 스파링 해봐.”

 

신입이 처음 오면 관장님이 나와 스파링을 붙이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신입으로  분들은 대체로 처음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처럼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그러다보면 상대를(혹은 자신을) 다치게 하기 쉽다.   힘으로 맞붙는 대신, 상대의 힘의 방향에서 벗어나고 반대로 상대의 중심이 기울어지는 지점을 포착하여 자세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다치지 않고 오래   있다.

 

부상으로 인한 휴식기와 복귀에 따른 멘붕과 슬럼프의 상태에서, 나는 신입 회원 형님들과 꾸준히 스파링을 했다. 머릿 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복귀 전에 연습하던 화려한 기술에 대한 생각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나에겐 ‘위로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

 

슬럼프에 빠진들 어쩌랴 몸이라도 지지지 뭐





그리고 슬럼프에서 벗어났냐고? 아니. 나는 번번이 지고, 탭을 치고, 체력이 딸려 허우적 거렸다. 슬럼프에서 일어나 금세 원래의 길을 찾아가는 비법 같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만 두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누르고 그냥 무심히 도장에 나가고 수업을 듣고 스파링을 했다. 숨을 쉬듯, 밥을 먹듯, 슬럼프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아니  상태에 붙인 슬럼프라는 이름을 떼어버리기로 했다.

 

이전의 내가 ‘원래의  지금의 나는 ‘슬럼프에 빠진 라는 구분은 누가 만든 걸까.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수한 시련과 맞딱뜨릴 것이다. 그때마다 임의로 어느 시점의 나를 ‘원래의  박제하고  외의 나는 ‘실패한  규정할 것인가? 낮에는 해가 떠서 밝지만 밤에는 해가 져서 어둡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태양의 실패나 지구의 몰락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건 성공이나 실패라는 명명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 현상의 일부다.

 

체력이 좋든 나쁘든, 시간이 많든 적든 나는 도장에 나간다. 일주일에  번이면  번을,  이주에  번이면  번을 나간다. 시간이 나면 일주일에 5번을 모두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출석 횟수를 손꼽으며 성과를 측정하지 않는다. 날이 며칠  흐렸다고 다시는 해가 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듯이.

 

매거진의 이전글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의 자세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