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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백년전에는 말이야

워킹대드 주짓떼로 2-7편



 

“그  너무 자주 . 오빠 서른 아홉이 아니라  서른 아홉  아냐?

 

어느  저녁, 아내가 외쳤다. 함께 육아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덧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어조가 되었는데, 내가 “백  전에는 말이야”라고 말을 꺼낸 것이다.  다시 언제나 처럼.

 

“완전 꼰대야. 라떼이즈호스(Latte Is Horse)라고 알지?  사람들은 최소한 ‘나 때’라고 하지. 오빠는 맨날 백년 전만 찾잖아.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닌데.

 

나는 백년 전은 조선 시대가 아니라 조선이 일본에 병합된 일제 강점기,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게 포인트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아내의 말에 반성중이었으므로.

 

**

 

나는, ‘요즘’ 사람들은 아이 키울  다치는 일을 쉽게 생각한다. 의료 기술이 발달되어서 그런  같다. ‘백  전만 해도’   다치면 외과적 치료가 어려웠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는데, 요즘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야 라는 말도 어쩌면 옛날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 조상들이 만들어낸 삶의 지혜가 담긴 말은 아닐까 라고 주장을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요즘 사람들’에 아내가 자신이 포함되었다고 느꼈던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무슨 말만 하면 ‘백  전’을 기준으로 찾는 나에게 질린 것일 수도 있다.

 

**

 

 

나는  자꾸   전을 찾을까. 딱히 역사에 취미가 있지도 않은데.  시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전부터 그랬던  아니고, 아내와 결혼한 , 그리고 아마도 ‘율이가 태어난 뒤’ 부터인  같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자는 꼰대가 되는가. 그런  수도 있다. 아이를 기르는 방식을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기르는   기르는 것인지에서 시작된 생각의 흐름이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로 흘러가는  그리 낯설지 않다. 요즘 젊은 것들은  점이 잘못되었으니까, 나는 율이를 이런 방식으로 기르진 않겠다, 라고 주장하기 위한 논거를 ‘백  전’에서 찾는  같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백  전’이 어땠는지  모른다. 그리고 설령 안다 해도   전에 이랬으므로 지금도 이래야 한다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엉터리다.

 

백년 묵은 꼰대의 자화상





 

결혼을 해서 가장 좋은  중의 하나는 나의 정곡을 찔러주는 사람이 아주 가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때에 따라 이건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이걸 단점으로 보면 결혼 생활은 한도 없이 괴로워지므로, 나는 장점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내가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내의 지적을 받으면 그런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꼰대가 아닌  같은데, 왜냐면 내가 하는 말은  맞으니까 라는 생각이  때가 많지만, 그런 생각을    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같다. 아니었으면,   전을 찾는 나의 입버릇은 점차 통제를 벗어나 아무 때나 마구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니까. 내가 생각해도 ‘백  전’은  심한  같다.

 

**

 

관장님은 수업 시간  종종 “요새는 유튜브가 있어서 기술도 알려주고 하는 모양인데,  때는 말이야, 그런  하나도 없었어. 그냥 하는 거지. 라는 말씀을 하신다. 요약하자면 유튜브   없다, 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모르겠지만, 나는  공감한다. 남이  어떻게 하는 지보다 내가  어떻게 하는 지가  중요한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이런  꼰대스러운  지도.

 

사실 아무리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사고 방식 자체가 변화하긴 힘든  같다. 라떼에 휘핑 크림을 올려 먹으면 살이 찌는  사실이지만, 휘핑 크림을 빼면 맛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몸에 나쁘다고 해서 모두 없애 버리는  정답은 아니랄까. 비유가 맞나?  

 

**

 

아침 출근 길에 아내와 () 다퉜다. 아내는 통장 정리를 해달라며 통장을 내밀었고 나는 우물쭈물 중얼거렸다. 나는 아침에  회로가 오작동할 때가 많은데 오늘이 그랬다. 통장만 덜렁 들고 가다가 잃어버리지는 않으려나. 가방을 들고 가야 하나. 가방을 들려면 안에 넣어 두었던 도복은 어디다 두지. 지금 출근하기 아슬아슬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들이 갈피를  잡고 이리저리 튀었다. 오늘  안해도 , 라며  손에서 통장을 회수하고  다녀오라는 아내의 표정이 별로 밝지 않았다. 빈정이 상한  했다. 현관을 나선 , 아내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화가  풀린  같았다. 출근 길에 회사 로비에 설치된 ATM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는 ATM 없었겠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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