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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부부 싸움의 기술이 필요해

워킹대드 주짓떼로 2-8편

부부 싸움에도 기술이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기술을 단련하면 되고, 단련할수록 숙련될 테니 나중에는 부부 싸움 같은  껌이지 하고 넘겨 버릴  있을 테니. 아쉽게도 부부 싸움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부부 싸움은 칼로  베기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말이 있을 , 부부 싸움의 기술 같은  어디에도 없는  같다.

 

결혼을 결심하던 시기에는 아내만 있으면 세상의 다른  무엇이든 포기해도 좋다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음은 변함이 없다(사랑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이 단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넘어갈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누군가와 24시간 생활을 함께 하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라고 시작하는 말을 사실 별로 신뢰하진 않는다. 그런 기사가 검색 사이트 상위권에 주로 랭크되긴 하지만, 타고 들어가서 읽고 나면, ‘본 연구는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기혼 남녀 스무 쌍을 대상으로 수행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같은 문구가 기사 하단에 붙어 있곤 한다. 스무쌍? 그런 거라면, 차라리 올해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의 조언을 따르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연구 결과는   여겨  가치가 있는  같다.

 

통상 부부는 닮는다, 비슷하면  산다는 말을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격이  맞는 부부 집단과 그렇지 않은 부부 집단 모두 결혼 생활에서 ‘절대 해결될  없는 근본적인 갈등이 있다’고 답변한 사례가 공히 69% 였다고 한다. 여기서 ‘절대 해결될  없는’  의미는 대화나 타협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 성질의 것을 말한다고.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커플의 성격이 비슷한지 아닌지와는  상관이 없었다는 점이다.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불편하다. 통계적으로 69% 불편함이 존재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생활이 행복한  아닌 지를 좌우하는 요소는 ‘성격의 유사성이 아니라’, 69%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였다고 한다.

 

 식으로 바꿔 말하면, 부부 싸움의 기술을 아는 사람들이  행복했다고 해야 할까? 아쉽게도 해당 연구는  기술을 공개하는  까지 이르지는 않고 있었다.

 

칼로 물베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나보다



 

부부 싸움도 하다보면 는다. 상대방의 공격 패턴이 눈에 익고 어느 타이밍에 서브 미션(경기를 끝내는 결정타) 들어오는지, 언제 (항복) 쳐야 하는지 알게 된다. 통상 스파링 파트너는 정해져 있고  스파링의 목적이 어느  쪽을 제압해서 영원한 절대 권력을 쟁취하는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싸울  조차 좀더 기분좋게 싸울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도복을 입고 벨트를 메고, 타이머를 누르고 제한 시간 안에 어떤 롤링을    안에서 어떤 기술을 배울  전적으로 우리 부부에게 달려 있다.

 

힘을 빼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탭을 치더라도 우아하게. 부부 싸움을 통해 우리 모두가 서로의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있게.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의 부부 싸움과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부부 싸움이  두렵거나 피하고 싶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각자 개성을 지닌 개별적인 존재이듯이 각각의 부부도 각각의 ‘해결할  없는 갈등’을 안고 사는 개별적인 집합이다.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다른 사람이 알려줄  없듯이 부부 싸움의 기술 또한 그들 부부의 몫이다. 그들이 만들어온 수많은 부부 싸움의 결과물이다.

 

**

 

도장에서 롤링을 하다보면 어느 날은 앞으로 나아간  같고,  어느 날은 여전히 제자리인  같고,  다른 날은 퇴보하는 것만 같다.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시켜줄  있는 객관적인 측정 장치가 없기에 자신의 실력에 ‘확신을 가지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편으로 보면, 기술의 숙련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은, 사소하다. 상대의 공격을 자신도 모르게 간단히  이스케이프로 피해버리는 것과 같은 순간. 시간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그런 순간은 언제나 ‘자기도 모르게’ 움직일  찾아온다.

 

우리 부부는 가끔 금지된 반칙 기술도 걸고, 감정이 격해져 상대가 탭을 쳤음에도 초크를 풀지 않는 초보 부부 싸움러다. 하지만  가운데서도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나는 믿는다). 나는 우리의 부부 싸움이  능숙해지기를 소망한다.  없이 부드러운 롤링(서브미션 없이 움직임 위주의 스파링)처럼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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