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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Oct 02. 2019

회충약 복용


어릴  우리 집은 새해가 되면, 다 같이 거실에 둘러앉아서 엄마가 나눠주는 회충약을 먹었다. 아버지, , 생은, 엄마는   먹냐고 물어보면,  엄마 이미 먹었다, 너희들만 먹으면 돼,라고 말씀하셨다. 언젠가 회사에서 새해가 되면, 떠오르는 것을 적어내라고 해서, 생각해 보니, 떠올랐던 일이다. 그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릴 ,  번은 학교에 이가 돌았다. 내가 옮아왔는지, 동생이 옮아 왔는지, 머리에 이가 생겨 근지러웠다. 엄마는 나와 동생을 앉혀 놓고  박멸작업을 시작했다. 머리에 신문지를 두르고, 얼굴에 분말이 닿지 않게 만든 , 에프킬라를 머리에 뿌렸다. 치익하는 소리가 사그라들 때쯤, 속을 살펴보고는 비실비실 살아있는 녀석을 엄지손톱  개로 틱틱하고 으스러 뜨려 죽였다.


 



우리 집에는 벌레가 없었다. 먼지나 머리카락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집이  그런  알았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선반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것이 신기해서 바라보았다. 바닥에도 때가 묻어 있었고, 방문 손잡이도 꺼맸다. 


 



엄마는 하루에 3 청소를 했다. 밥을 먹듯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청소를 했다. 엄마의 하루는 바빴고 짧았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집을 나와 독립하게  후로도 엄마는 새해가 되면, 회충약을 먹었는지 전화로 물어보곤 했다. 그게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통화 말미에 확인을 했다. 나는 그때마다 적당히 대답했다.  먹고 먹었다고 하기도 하고, 먹고도  먹었다고 하기도 했다. 솔직히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명절에 집으로 내려가도 회충약을 먹었는지, 엄마는 묻지 않는다. 엄마는 예전처럼 3 청소를 하지도 않고, 나의 회충약 복용 여부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게 어쩐지 이상하기도 하고, 뭉클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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