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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리다

권법 소년

by 자음의 기록

권법 소년이라는 만화를 읽고 만화 속에 나오는 팔극권의 고수가 되고 싶어 졌다. 하교 시간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향나무 옆에서 팔극권을 연습했다. 한 발로는 땅을 세게 구르고 다른 발은 앞으로 뻥 차면서 주먹을 내지르는 동작을, 500번씩 했다.





권법을 수련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제자가 생겼다. 나는 내가 아는 팔극권의 형을 가르쳐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건물 뒤편의 공터에서 비기를 전수했다. 하루는 그 아이가 흥분된 얼굴로 나를 찾아와, 깡패를 만났는데, 팔극권으로 물리쳤다고 했다. 멋있어 보였다. 나는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 뒤로 다른 제자는 키우지 않았다. 팔극권은 비기이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나 전수해서는 안 된다.



내가 팔극권의 고수라는 소문을 듣고 도전자가 나타났다. 난감했다. 학교가 끝나고 씨름장 위에서 붙었는데 순식간에 졌다. 상대 아이는 합기도 고수였다. 키가 나보다 10센티미터쯤 더 컸다. 나는 자존심을 누르고 합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몇 가지 기술을 알려줬는데 써먹지는 못했다. 내가 졌다는 소문이 났는지 더 이상 도전자가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덤블링을 곧잘 했다. 체육시간에 덤블링을 나만큼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체육 시간에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아이들에게 개인 교습을 해줬다. 어느 날 방과 후에 덤블링 시범을 보이다 등으로 떨어졌다. 매트가 없는 맨바닥이어서 많이 아팠다. 그 뒤로는 겁이 나서 덤블링을 못하게 되었다.




팔극권도 덤블링도 그렇게 대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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