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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Oct 02. 2019

38선 드라이브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드라이브를 갔다. 코스는  똑같았다. 강릉에서 출발, 동해안 도로를 따라 바닷가를 보며 올라가 38 휴게소에 도착하면, 만두와 우동을 먹는다. 그곳에서 바닷가를 구경하고, 음료수도 마시면서 놀다가 집으로 귀가한다. 나는 이걸 38 드라이브라고 불렀다.



 

38 드라이브는 외향적인 아버지와 내성적인 엄마 타협점이었다. 아버지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고, 엄마 친구들 빼고 우리 가족끼리 뭔가를 하고 싶어 했다. 아버지는 그런 일에 에너지를 크게  쓰려했고, 엄마 아버지가 그런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의 에너지가 만나는 지점이 판에 박힌  똑같이 돌아가는 38 드라이브 코스였다.

 




가끔 아버지가 에너지를    우리는 38선을 뚫고 북진하여 속초까지 올라갔다. 그곳에서 온천을 하고 나오면 내려오는 길에 양양에 들러 막국수를 먹었다. 나는 막국수가 싫었다. 온천도 싫었다. 온천을 하고 나오면 기운이  빠지고 지쳤다. 막국수는 냄새가 싫었다. 하지만, 거역할 수는 없었다.  코스는 엄마와 아버지가 상상할  있는 최고의 가족 드라이브 코스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망칠  없었다.

 



온천에 가면, 아버지와 나는  시간 만에 씻고 나오고, 엄마랑 동생은 2시간씩 걸렸다. 일찍 나온 아버지와 나는 밖에서 요구르트 따위를 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온천장에는 별로  거리가 없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나는 종종 좀 더 온천에 있다 나올걸 하고 후회했지만, 막상 온천에 들어가면 빨리 나오고 싶었다.

 



온천에 가면 아버지는  나의 등을 밀어주었다. 팔도 밀어주곤 했다. 목욕탕에서의 아버지는  자상했다. 나는 답례로 아버지의 등을 밀어야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내가 힘이 약해서였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세게  세게 하고 요구해서 세게 밀었다가 울음이 터졌다. 아버지 등에서 피가 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피는 계속 났다.

 



아버지는 냉탕을 좋아해서  나보고 냉탕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폭포수 같은  맞으면서 , 시원하다  외치곤 했다. 나는 아버지가  남자답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언젠가부터 목욕탕을  간다. 언젠가부터 아버지가 목욕 가자는 말에 거부 의사를 밝혔고, 팔을 잡아끌어서라도 같이 가자던 아버지도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권하지 않고 혼자 다녀온다. 그럴 때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버지는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아들을 가졌고,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싶을 , 나랑 목욕탕을 다니며  때를 밀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눈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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