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소통에 있어서 진솔한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진솔함을 가로막아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왜 상대방의 서운함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할까.
상대의 감정은 상대의 책임이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마음은 분주해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감정 때문에 끊어질 인연이라면
애초에 억지로 붙잡을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오래도록
상대의 서운함을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받아들여왔다.
그 뿌리는 어쩌면
어린 시절의 경험에 닿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 서운해하면
집안의 공기가 무거워졌고,
그 분위기를 풀어야만
비로소 안전해지는 환경 속에서 자랐다.
갈등을 그대로 두는 일은
언제나 더 큰 감정의 폭발로 이어졌고,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형성된 하나의 메커니즘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타인의 감정에
내 삶이 휘둘리지 않고
나를 좀 더 표현할 수 있기를.
타인의 감정을
내가 대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조금씩 몸으로 받아들이고
더 진솔하게 살 수 있기를.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은
나의 그릇된 행동까지다.
선을 넘었다면 사과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상대의 감정은 그 사람의 몫으로
돌려보내도 괜찮다.
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나는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를
하나의 선물처럼 받았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는
공감이 되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을 믿어보기로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의 선물은
이 기간을 누군가와 관계하며
보내고 있는 모든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