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룸메이트들과
국물 닭발에 소주 한 잔을 하다
뜻밖에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 캐릭터가 분명하고 특이하다고 했다.
본인은 나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처음 나를 봤을 때는
'똑 부러지고 바쁜 사람'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좀 지켜보니
헐랭 한 면이 드러났는지,
요즘은 귀엽다는 말을 더 자주 한다.
내 캐릭터가 뚜렷하다는 말은 묘하지만 싫지 않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냥 좋다.
사실 대학 동창들에게 불리던
내 별명은 '어리'다.
어리바리, 덩어리의 줄임말.
그 시절 '정현스럽다'는 말은
어느새 대명사가 됐다.
온갖 덜렁이 짓을 하면
"아, 나 정현짓했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업과 관련된 일에서는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고,
나를 제법 신임해 준다.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들어온 피드백은 늘 비슷하다.
일에 진정성이 느껴지고 일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맞다.
나는 트레이닝에 진심이고, 이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재밌는 걸 하면서 돈을 버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움직임을 관찰해서 동작에 잘 도달하게 하며
운동을 가르치는 일,
그렇게 길러진 근력과 체력으로
한 사람의 일상을 조금씩 바꾸는 일.
이 일은 참 매력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트레이닝 말고 일상은 맹하다.
그게 내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어제도 그랬다.
포차로 가는 길에
핸드폰을 떨어뜨렸나 보다.
술집에서 안보인 핸드폰.
집에 두고 온 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가 보니 없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어떤 남성분이 받았다.
경찰서였다.
여기는 한국이 아닌 호주다.
호주에서는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
코리아타운 근처였던 걸 보니
아마 한국 분이 주워주셨을까.
어쨌든,
잃어버린 핸드폰을 되찾았다.
정말 운이 좋았다.
이렇게 보면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덜렁거리고, 맹하고,
이 밖에도 찌질하기도 하며
고집도 있고, 여리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나를 바쁘고 열심히 사는
똑 부러진 사람으로 본다.
그런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놀란다.
오래 보면 알 텐데.
많이 덜렁거리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일부러
첫인상을 꾸민 적도,
의도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요즘은 잘 보이고 싶은 마음보다
덜 숨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모자란 것도, 허술한 것도
괜히 감추지 않고 말이다.
이것도 내 꼴이니까.
에라이 모르겠다.
그 꼴을 어떻게 보냐는 나에게 달려있지 않음을
이제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