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치이던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비교적 외향적인 편이고,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받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기가 빠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내가 나답지 않았다면 더 그렇다.
문득, 생각해 본다.
아무 의도 없이 말해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볍게 받아쳐주는 관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해 없이.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편견 없이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순수하지만 미숙하지 않은 어른으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현재 함께 소통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에게 북클럽은 책을 삶으로 옮겨오는 통로다.
그곳에서는 못난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도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잘 정리된 생각이 아니어도 괜찮다.
완성되지 않은 말이어도 말하다 보면 정리가 되기도 하니까.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며
그렇게 하나씩 배워간다.
요즘 흑백요리사 2가 한창이다.
경력 10년, 20년, 30년의 명인들이 보여주는 음식은 경이롭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 자리를 지켜온 시간과, 버텨온 세월이다.
기술보다 먼저 쌓였을 수많은 실패와 같은 행동의 반복들.
그 모든 시간을 견뎌온 사람만이
저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지.
나도 한 분야의 전문가로
계속 고민하며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만약 트레이너라는 소재로
트레이닝에 대한 경연대회가 열린다면,
단단한 기초를 가진 상태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차쯤이면 좋겠다.
그때까지 나는
지금의 트레이닝을 계속 다듬고,
본질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속도를 내기보다 묵묵히 내 속도대로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요즘 나는 나를 다루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나에게 준다.
이는 사실 몇 시간이면 충분하기도 했다.
해야 할 일에서 잠시 빠져나와도 괜찮다고 허락하면
애쓰던 마음이 먼저 가라앉는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 보면
온몸의 힘이 풀리고
이상하게도 다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끌려가는 느낌에서
다시 내가 이끌어가는 느낌으로.
이는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에서 생기는 힘이다.
하지만 그 선택 뒤에는
내가 결국 해낼 사람이라는
조용한 신뢰가 깔려 있다.
나는 안 해도 된다고 말려도
해야 할 일은 한다.
제대로 리셋하면,
제대로 다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나는 나를 믿는다.
내가 드러나는 글을 보면
내 정신 상태가 고스란히 보인다.
솔직하게 쓰면서도
말투 곳곳에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확신 없는 흔들림이 드러난다.
그래도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릿속 관념을 꺼내 활자로 놓고
관찰하기 위해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본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는 힘을 기른다.
그리고 써 내려가는 힘을 함께 기른다.
요즘 나를 관찰하다 보면
조금 웃음이 난다.
관계에서 치이고,
생각이 많아졌다가도,
결국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사람.
나도 참, 별나지만
이 방식으로 라면
나는 오래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