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에 자연이 놀라는 순간

by 글쓰는 트레이너

2025년 12월 31일.

밤 10시가 되자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멜버른 시티 전역에서 불꽃이 터진다는 말에,
그게 궁금해져 같이 사는 친구와 20분 전 집을 나섰다.

걸어서 5분쯤 되는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멜버른의 새해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운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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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팡!!!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도심의 중심에서 터지는 화려한 불꽃,
높은 빌딩 위에서 깨알처럼 연달아 터지는 폭죽들.


불꽃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전쟁이 난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친구는 1월 1일 인지도 모른 채 자다가
그 소리에 무슨 큰일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그 소란 속에서
내 눈에 들어온 건 다른 장면이었다.

공원 속 검은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연과 멀다고만 생각하며 살아온 내가
언제부터인가 자연을 의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꽃이 터지는 와중이
그림자처럼 이리저리 흩어지는 새들이 보였다.


왠지 그 모습이

화들짝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불꽃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고,
새들은 자연 그 자체일 텐데,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에

자연이 놀라고 있었다.


환경이라는 것도 아마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에
자연이 놀라는 순간들.


처음이었다.
새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 건.


얼마나 놀랐을까.
그 생각이 들자
나 자신도 조금 놀라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마음을 그냥 넘기지 않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 마음을 느꼈다면,

내가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그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겠다고 느꼈다.


1월 1일, 새해.

처음으로 가져본 이런 마음.
그 사실 자체가
나에겐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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