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각은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엉켜 있는 듯도 한데
그것이 아직 언어로 나오지 않는다.
요즘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이런 날도 있겠지 싶다.
이 상태의 정체를 굳이 찾지 않으려 한다.
찾으려 애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누구에게나 정신이 빠져버린 하루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넘실넘실 떠다니지만
나는 그것을 붙잡지 않는다.
이럴 때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정신을 부여잡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지,
아니면 끌려가지 않도록 스스로 방향을 잡을지.
선택은 언제나 나에게 있다.
이 정체를 굳이 이름 붙이자면
아마 나태함이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기기로 한다.
지금은 해석되지 않지만
더 큰 나는 언젠가 이 시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던 친구의 말이
오히려 내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준다.
생각은 떠다니는데
어느 하나도 붙잡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는 것.
덕분에 알게 된다.
몸은 편하다.
하지만 행동은 없다.
지금 내 발은 땅에 붙어 있는가.
아니다.
나는 조금 붕 떠 있다.
그래서 다시 발을 땅에 붙여본다.
고백하자면,
PT 수업 외의 일들은 하긴 했지만
집중해서 해내지는 못했다.
지금이라도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해본다.
이럴수록 거창한 해답을 찾기보다
그냥 일상을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