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들오들, 그래도 타버리겠다

by 글쓰는 트레이너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

외국에서의 영화관.

예전에 어벤져스 3를 남미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해외에 있는 동안 아바타3가 상영된다니,
이건 영화관에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막 없는 영화였다.


그래서 일부러 아바타 1, 2의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는 영상과
3편에 대한 리뷰까지 훑어보며
영화를 즐길 준비를 했다.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영상미가 미쳤다.


그리고 뒤늦게 따라온 생각.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마 이 영화만 봤다면

이 질문까지는 닿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의 인터뷰와 여러 해석을 미리 접했기에
이런 생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생태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필요할 때는 응답하지 않던 에이와가
어떤 순간에는 힘을 발휘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러지 않는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자연도 생존을 위해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위기를 감지하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장치가 발동된다.


그것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반응에 가깝다.

예전에 북클럽에서 들었던 작가님의 말이 떠올랐다.
'하늘과 땅은 자애롭지 않다.'


대자연의 관점에서 인간은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일 것이다.
우리가 벌이나 개미를 바라보듯,
자연도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까.


그래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무고한 인간이 죽었다'라고 말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어떤 균형이 무너졌고
그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재난이 일어났을 때에도

우리는 엄청 큰일 난 줄 알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어떤 균형이 무너졌고

그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일지도.


내 마음의 혼란을
어떻게든 애써서 잠재우려는 시도 자체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가소로울 것 같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마음을 붙잡고 싶어 안간힘을 쓸 때가 많다.

그 붙잡고 싶은 마음은 어느 누구도 어떤 신도 해주지 못한다.


아바타에서 에이와를
기도에 응답하는 신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는
균형의 시스템으로 보며

마음의 시스템도 이와 닮아있지 않을까.


갑자기 파도가 생각난다.


파도를 탄다는 건

서핑보드 위에서 끝까지 버티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파도가 오면 오는 대로
숭덩 넘어가 버리는 것에 가깝겠다.


처음엔 서핑보드 위에 올라가는 것만 해도

균형을 잡느라 애쓰지만

어느덧 애쓰지 않고도 고수가 되는 것처럼.


결국,
파도를 많이 겪어봐야

숭덩 넘겨버리는 요령도 생기지 않을까.


와라 파도.

오들오들 아슬아슬,

타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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