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화장실엔 쌓인 먼지와 빨간 곰팡이 자국이 보였다.
냉장고를 열자 많은 반찬들이 가지런히 있었고
냉동실엔 금방 돌려서 먹을 수 있는 각종 국들과 닭가슴살,
비닐과 통에 담겨 뒤 섞여있었다.
분명 시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음식들일 것이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머니는 외국에 있던 나의 1년을 걱정하셨다고 하셨지만
사실 더 마음이 쓰였던 건
한국에 남아 혼자 지냈을 아들의 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
냉동실에 있던 미역국을 하나 꺼내 데워먹는다.
냉장고에 있는 것을 먹어야
새로운 재료, 새로운 음식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미역국을 뽀글뽀글 끓이고
반찬을 오밀조밀 담았다.
괜히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식탁을 보니
아직 우리가 신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맛있어. 역시 마누라 있으니까 이렇게 먹는구나."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래. 혼자 먹을 땐 이렇게 먹지 않아.
그리고 냉장고 보고 놀랐어.
아들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물씬 느껴지더라.
이 미역국도 하나씩 포장해 주신 거잖아."
남편이 고개를 갸웃했다.
"미역국?.. 이거 엄마가 해준 거 아닌데?"
"응?"
"이거 일 년 전에 네가 해준 거야."
".. 내가 떠나기 전에 해놓고 간 거라고?
그걸 여태 안 먹었어?"
남편이 변명하듯 웃으며 말했다.
"보면서 마누라 생각하려고 안 먹었지"
그제야 알았다.
냉동고 속에 섞여있던 있었던 국들 사이에는
어머니의 사랑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남편이 1년 동안
꺼내지 않고 남겨 둔
나의 미역국도
그 안에 함께 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