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가에 와서
일 년 만에 뎅이를 다시 본다.
안방 침대 이불 속에 들어가 자고 있다.
"누나 왔다!"
같이 자란 형제라는 걸 아는 걸까.
탁해진 야옹 소리로 답해주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니
할아버지가 된 뎅이는
많이 야위어있었다.
뒷다리의 기능이 약해졌는지
걸음은 비틀거리고
아장아장 걷는다.
그래도 본능은 남아있는지
뒷다리를 끌며 두루마리 휴지로 장난친다.
여전히 옆에서 조잘조잘 대는 수다쟁이.
'나 좀 봐줘'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뎅이는 14년 전
포도즙 상자에 담겨 우리 집에 왔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이었다.
친구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에
부모님과 상의해서 데려온 동생이다.
하필 시험기간이었다.
아깽이와 밤새 놀다 보니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렇게 뎅이는 우리 식구가 되었다.
'얼굴 크고, 두꺼운 다리를 가진 고양이를 찾습니다'
뎅이를 잃어버린 날 붙였던 현수막의 문구다.
예전에 현관문이 밤새 열린 적이 있었다.
겁쟁이 우리 고양이는
그 사이 집 밖으로 나갔다.
고양이 탐정을 부르고 하루 종일 애타게 찾았지만
뎅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제보가 들어왔다.
바로 아랫집에서였다.
다행히 멀리 가지 못했다.
아랫집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
그 집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발견했을 때 현관에 놓인 상자 옆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겁에 질려있었다고 한다.
여전히 조잘대는 수다쟁이, 뎅이.
우리 집은 뎅이의 울음소리에 익숙하다.
아무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뎅이만 보면 먹먹해지는 마음이다.
이 집에 데려와
뎅이의 묘생을 행복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종종 든다.
그것은 정말 뎅이가 불쌍해서일까
그렇게 보는 내 마음일까.
약해져 가는 할아버지 동생을 보며
나는 조금씩
그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