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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l 20. 2018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에세이] 산티아고 순례길 프롤로그 : 휴학하고 여행을 간다

열심히 살았다.


겨우 스물셋의 나이로 이렇게 말하는 게 우습긴 하다. 하지만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한다. 항상 날 따라다니던 수식어 중 하나는 '바쁜 사람'이었다.

동아리 그만둘 때 후배들이 써준 롤링페이퍼

정확히는, 바쁘게 살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방송국 PD가 꿈이었고 새벽까지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편집 프로그램을 만지며 UCC를 만들었다. 대학교 영상동아리에서 약 80편의 영상을 만들고 임원으로 활동했다. 그 와중에 학점도, 인간관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밤을 새웠다. 선배님은 제발 동아리방에서 자지 말고 집에 가라고 했고, 기숙사 룸메이트들은 새벽에 들어와 책상에서 자다가 아침에 나가는 모습에 기겁했다. 가끔은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차라리 이대로 쓰러져서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멍청한 소원을 빌었다. 다행히도 그 소원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인턴으로 일하기도 쉽지 않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세상은 단순히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해주지 않는다.

가시적인 성취가 없는 노력은 귀여운 소꿉장난에 불과하다. 한 번은 SNS 광고를 진행하는 회사에서 6개월 동안 일하는 인턴 면접을 보러 갔다. 직접 영상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 적이 있다고 자기소개서에 적었다. 30분 동안 면접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없다. 하지만 입꼬리를 한쪽만 올린 면접관이 했던 질문은 기억난다.  


"팔로워 수가 별로 없네요?"


면접은 당연히 떨어졌고, 안타깝게도 그 페이지는 내가 영상을 만들면서 제일 재미있던 순간이었다. 솔직히 3학년까지 마친 대학공부가 무색하게 학자들의 이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대학생활로 배운 게 있다면 현실 직시다. 내 삶은 생존을 위한 인간의 최소한 욕구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꿈이라도 명확하면 좋을 텐데, 대부분 20대처럼 미래는 불투명했다. 꿈이 있다 한들 이루어질 수 있을까? 꿈이 많았던 새내기는 그저 종강만 바라보는 헌내기가 되었다.


낡은 과잠바

그래서 학교를 도망쳐 

휴학을 하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배부른 대학생의 투정으로 들린다는 걸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인생 선배님들의 눈에 난 아직 진정한 사회의 냉혹함은 보지도 못한 아이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인간은 원래 '고작' 종이에 손가락이 베이더라도 아파한다. 나이와 상황을 떠나 모두 상처 받으며 살고 있다. '고작'이란 이유로 상처를 숨기고 있다면, 내가 쓴 투정이 작고 귀여운 캐릭터 반창고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쓰게 될 여행기도 마찬가다.


화려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행을 준비하며 내가 만난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할 생각이다. 당신을 가득 채운 질문에 내 대답이 티끌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산티아고 여행기의 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https://brunch.co.kr/@jadeinx/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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