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2017년, 죠리퐁 포장지 덕분에 헤어진 남매가 52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실종자의 오빠는 실종아동 전문기관에 자신의 유전자 정보와 동생의 인적 정보를 등록했다. 이후 동생이 죠리퐁 포장지에 적힌 실종 아동 정보를 보고 옛 기억을 떠올렸고 남매의 기적 같은 상봉이 이루어졌다. 이들 남매처럼 20년 넘게 찾지 못한 장기 실종아동은 2020년 4월 기준으로 564명이나 된다. 영화 '증발'은 여전히 기적을 기다리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증발'
영화 ‘증발’은 잃어버린 딸(준원)을 20년 동안 찾는 아버지와 남은 가족들의 아픔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약 7년의 제작기간을 거쳐서 세상에 공개된 ‘김성민’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오래 걸린 만큼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며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상, 제11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젊은 기러기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증발’의 예고편▼
‘증발’은 신파적 요소가 없고 사람들의 감정을 억지로 이끌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제삼자의 내레이션이나 비극을 강조하는 극적 장치도 없다. 영화는 차분한 시선으로 인물들의 상황과 인터뷰를 따라간다. 부모님이 딸을 잃어버린 날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한 영화는 아버지의 사건노트를 통해 관객에게 사건의 개요를 알린다. 그리고 장기실종수사전담팀이 생긴 후 추적하는 과정, 남은 가족의 갈등과 고통을 다룬다.
그래서 영화 내내 침묵이 느껴졌다. 일단 가족 사이에 삭막한 침묵이 흐른다. 2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그들의 시간은 정지했고 치유하지 못한 상처만 남았다. 대화가 사라지고 웃음을 잃어버린 가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침묵은 ‘준원’이라는 존재의 침묵이다. 아버지는 매일 딸의 흔적을 수소문하며 제보 전화를 기다린다. 담당 수사관은 다양한 각도와 기술로 사건에 접근하지만, 시간의 경과와 증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긴 침묵 속에서 관객들은 장기 실종 아동 가족의 상황을 제대로 알게 되고 잠시나마 그들의 고통을 함께 경험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 제목이 탄생했다. 11월 9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김성민’ 감독은 실종 아동 문제가 가족 사이의 균열을 만든다는 점과 사람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잊히는 모습을 보며 ‘증발’이라는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영화 구성에 관한 질문에 각기 다른 부분이 강조된 2시간 분량의 편집본이 10개 정도 있었다며, 관객들이 다양한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물을 균형 있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타인의 아픔을 함부로 표현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사명과 무수한 고민이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드러난다.
왜 우리는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여야 할까?
‘증발’은 가족의 아픔을 다루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가능성을 꿈꾼다. 가족들은 잃어버린 ‘준원’ 을 찾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고, 감독 역시 같은 바람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알려지고 마침내 준원이가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여 영화 장면 중 대부분 집에서 나가는 방향으로 언덕길을 촬영한 것과 달리 마지막 장면은 집으로 들어오는 방향으로 표현해서 희망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영화 '증발'은 2020년 11월 12일 개봉합니다.
왜 '증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장기 실종 아동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특히 중요하다. 과자 포장지, 포털 사이트, 홈쇼핑 카탈로그 등에 적힌 실종 아동 찾기 광고를 보고 당사자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거나 지인의 제보로 상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퍼질수록 찾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증발’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점차 잊혀 가는 이름에게 귀 기울일 시간이다. 당신의 작은 관심으로 기적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실종 아동 찾기와 관련된 #찾을 수 있다 캠페인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