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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Sep 14. 2018

여행을 가려고 수영을 배워요?

[에세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전: 순례길에서 필요 없는 수영 배우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고 수영을 배우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 있다. 

언젠가 수영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여행 준비 기간에 시작할 줄 몰랐다. 수영강습은 굉장히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걸어서 수영 가는 길

휴식이 간절해서 휴학한 지 벌써 6개월 지났다. 휴식도 일상이 되니 무기력했다. 어떤 일에도 열정이나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아르바이트와 집을 오가는 날마다 지루했다.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누군가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방학을 할애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나만 홀로 멈춰 있는 걸까? 휴학 전, 스스로 다짐했다. 올해는 자유롭게 표현하고 도전하며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자고. 목표한 길로 잘 걷고 있지만,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초조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금 난 무얼 하고 있을까? 휴학씩이나 했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도 되는 걸까?


여러분은 새벽에 무슨 생각을 해요?

새벽은 위험하다. 달빛에 풍부해진 감수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뜻 밖에 결론에 도달한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확신이 생겼다. 무언가 시작하기로. 마침 산티아고 순례길도 바다를 따라 걷는 코스를 선택했으니, 물에 들어갈 기회가 있지 않을까? 수영을 배워 볼까? 그렇게 생애 처음 수영을 배우게 되었다.


수영 강습 날이 다가오자 너무 떨렸다. 수영복을 입은 나를 어떻게 볼까? 다른 사람들이 나의 튼튼한 다리와 통통한 허리를 보지 않을까?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를 꿈꾸며 모자와 수영복을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만지작거리며 수영장으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선생님 기에 눌렸다. 큰 체구와 무표정한 표정을 보자, 없던 실수도 만든 기분이었다.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수영하다가 수영모가 벗겨져서 다른 강습생이 직접 모자를 씌워주셨다. 물속에서 눈을 감는 습관 때문에 선생님께 눈 감으면 수영 못 배운다고 한소리를 듣기도 했다. 호흡법과 물에 뜨는 방법조차 낯설었다. 실력이라는 단어가 민망한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새로운 배움은 무기력에 빠진 삶을 물 위로 떠오르게 했다.



무엇이 떠오르게 만든 걸까? 수영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호흡을 신경 쓰고 몸 곳곳에 힘을 줘야 한다. 그래서 서툰 왕초보반 학생은 물속에서 떠있을 생각을 하느라 허튼 고민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 관심 둘 새가 없었다.


선생님의 영향도 컸다. 수영 강습은 강습생들이 모여서 서로 손을 잡고 ‘파이팅’을 외치며 끝난다. 끝나기 전에 무뚝뚝한 선생님께서 가끔 다정한 말씀을 하신다.


“우린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해요. 걸어 다니면, 중력의 영향을 받는데 물속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팔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거예요. 잘못된 게 아니에요. 그래도 자주 나와서 물에서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늘어요. 그러니까 빠지지 말고 나오세요.”

“남는 건 시간밖에 없어요. 급할 거 없이 천천히 하면 돼요.”

“초급반은 원래 하다가 부딪히기도 해요. 그러면서 같이 배우는 거니까 서로 이해해주세요.”


무심한 듯 말씀하시지만,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된다. 어려워도 해낼 작은 믿음이 생긴다. 수영을 하며 느낀 긍정적인 감정은 물 밖의 일상으로 흘러간다.


그동안 지나치게 빠른 성취를 바란 게 아닐까? 수영을 처음 배운 사람이 평영이나 배영을 할 수 없느냐고 외치는 모습 같았을까? 남들과 비교하면서 언제까지 어린이 수영장에 있어야 하는지 우울했을까? 수영에도 배우는 속도가 제각기 다른 것처럼 삶의 속도도 모두 다르지 않을까?


정말 가만히 멈추고 있었을까? 수영을 처음 배울 때, 물 밖에서 호흡법을 익히거나 느리지만 정확하게 동작을 연습한다. 물 밖에 있어도 결국 물속에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평소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순간은 정지가 아닌 준비다.


그래서 누군가 새벽마다 자신의 삶이 멈춘 듯 느껴진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삶은 틀리지 않았어요. 잘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곧 떠오를 거예요.

괜찮으니 함께 다시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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