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요소
미국 현지취업 준비를 한창 하던 작년 상반기와 제작년 여름. 인터뷰 준비는 거의 매일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2021년 봄에는 MBA 서머인턴쉽을 위한 인터뷰를, 그리고 2022년 상반기엔 Full Time 리쿠르팅 인터뷰였다. 지금 되돌아보면 내가 했던 가장 큰 실수는 ‘한글’로 먼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예상 질문지 별로 적어놓고, 이를 영어로 변환해서 내 답변을 숙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지금도 난 영어를 잘 못한다. 하지만, 소위 미국의 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Full-time 기회를 잘 찾았고, 지금도 내 직속 manager 뿐 아니라, 수십명의 관계 팀원들과 같이 일하고 성과를 내는데 큰 문제가 없다. 첫 성과평가였던 2022년 하반기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Achieved을 능가한 최고등급인 Exceeded를 받았다. 난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고 말하진 못하지만, 이젠 2년전에 비해 ‘영어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이를 즉시 내뱉을 수 있게 되었다. 즉, ‘한글’과 ‘영어’를 분리해 따로 그 언어에 맞게 생각할 수 있게되었다.
이는 영어를 능숙하게 하고싶어하는 이들에게 큰 시사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주요 어휘나 단어들을 끊임없이 외우고, 문법을 탄탄히 공부하는 것 영어를 잘하는데 있어 강한 기반이 될 수있다. 하지만, 이건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지식‘이 늘어가는 것이지, ‘유창함‘(Fluency)과는 다른 얘기다. 즉, 우리는 이제 유창해져야 한다. 미국인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선 의사소통능력이 필수이고, 이는 상대방이 하고자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영어를 잘 한다고 할 수 있다. 영어적인 사고와 표현방식에 익숙해져야 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지난 2년동안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느낀 ‘영어에 유창해지는 법’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겠지만, 언어습득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술한 아래 방법은 ‘미국 취업’을 목표로 할 때 참고해볼만하다.
#1. 말하기 < 듣기
내가 착각한 것 중 하나는 ‘Listening’을 얕잡아 봤다는 것이다. 말하기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힘들어하기 때문에 가장 노력한다. 반면, 듣기는 줄곧 시험에서도 헷갈리는 문제는 때려맞출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다양한 억양의 사람들, 그리고 말의 속도차이에 따라 정확한 ‘듣기’는 꽤 어려울 때가 있다. 이게 왜 큰 문제가 될까?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면, 정확한 업무처리와 일의 방향성을 착각하게 되고 이는 팀원 전부에게 부담과 불편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듣기’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 잘 말하기’에 선행된다.
#2. 말하기 = Delivery
소위 택배등 delivery 서비스들을 생각해보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전달받은 ‘물건’을 ‘제 자리’에 바래다 주는 것이다. 여기서 물건이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제 자리는 내가 소통하고자하는 팀원이 될 것이다. 내가 지난 몇년동안 느낀 것은 한국말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하기 쉽다는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미사여구를 최소화하고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데 있다. 영어도 똑같다. 불필요한 단어, 과한 발음 굴림 없이 내 생각을 가장 적절한 단어와 속도로 말하는게 진짜 영어실력이다.
#3. 자신감
이제는 자신감이다. 미국에 있다보면 정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인도인은 말할 것도 없고, 히스패닉, 기타 동양인등 참 다양하다. 이 중 인도인들의 특징은 영어에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어보면 비문도 많고, 발음은 물론 더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레스토랑이든 강의실이든, 회사에서든 주눅드는 법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기에 바쁘다. 영어는 도구일 뿐이다. 내가 늘 자신감을 보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영어가 중요했으면 모든 미국인들이 다 좋은 곳에 취업했겠다’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즉, 영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idea’와 이를 끌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계속해서 ‘유창‘해지려고 매일 노력한다. 매일 ‘어제보단 오늘 더 나아지기’를 목표로 하고, 이 때문에 이제는 영어에 대한 큰 두려움이 없다. 내가 늘 가지고 다니는 노트에는 업무적인 내용 말고도 내가 몰랐던 중요한 영어표현들을 기억하기 좋게 적어놓는다. 이 때문에 업무시간에 다른 팀원들과 하는 미팅은 ‘단순한 업무’를 넘어 내가 영어에 더 유창해질 수 있게 ‘영어적인 사고’키울 수 있는 live 현장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항상 임한다. 매일 더 나아지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