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on
난 아직 창업을 해본적이 없다. "현재 진행형"이다. 애초에 MBA를 가고 싶었던 것도 단순한 미국으로의 로케이션 전환(pivot)이 아닌 '창업'의 마인드셋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 컸다.
Execution, Execution, and Execution. 무언갈 새롭게 '창조'한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 걸 더욱 깨닫는다. 여기서 창조란 넓은 의미에서 '기존'의 발명을 개선시켜 우리 삶의 질을 발전시킨 것도 포함일 것이고, 당연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도 해당될 것이다. 단순히 이런 창조적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는 실현가능(feasible)해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내가 만들어낼 의지와 능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내가 느낀 것은 대게 사람들은 아이디어는 무성하지만 마지막 '실행력'부분에서 동력을 얻지 못해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실행력'이 역설적으로 창조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언갈 만들어가기로 마음먹은 후 좋은 점은 끊임없이 '소비자'입장에서 우리가 당연시 했던 제품, 서비스들을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는 것. 예를 들어 "이런 마케팅 방법은 이런 서비스에 좋겠구나", "브랜딩 시 생각보다 전반적인 디자인보다 레터링이 더 머릿 속에 각인이 잘 되는구나", "저런 사업은 CapEx가 너무 많이들어 나는 못하겠다", "변동, 고정비는 저런 음식점은 얼마나 나올까? 그렇다면 하루 또는 매월 BEP Rev$는?" 등. 지금까지 우리가 책과 뉴스로 보고 익혀왔던 개념들이 살로 체감되는 순간들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모여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나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로 점점 귀결됨을 느꼈다.
다음은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를 준비해가며 느낀 점들이다.
[AirBed & Breakfast였던 초창기 AirBnB는 자금난에 허덕이다 Y Combinator의 극적인 펀딩을 받으며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회자되고 있다. Y Combinator의 어플리케이션은 10분 내 pitch, no presentation등으로 악명이 높다.]
1. [서비스는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글을 쓸 때와 똑같은 것 같다. 애초에 처음부터 완벽한 구성과 문장을 찾아가기 보다는 일단 생각을 써내려가는 것이 시작이다. 어차피 '시작'하기 전에는 그 완벽성이라는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시작해봐야 소비자가 무얼 원하는지, 그럼 그걸 어떻게 충족시켜나가야 할지 보인다.
2. [훌륭한 조력자들이 필요하다]: 나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할 수 있어도 지속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공'이 너무 많은 것도 그만큼 안좋다. 사업시작 초기에 명확한 사업적 비전을 먼저 스스로 가지고 이를 공감해줄 수 있으며 능력도 있는 그런 조력자들이 성공에 필요하다.
3. [실행, 실행, 그리고 실행]: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4. [해결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해결되지 못할 일은 없다라는게 내 지론이다 (인간관계는 더러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문제에 직면한다면 흥분하기 보다는 차분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 애쓰며, 그 해결책을 다각도로 고민해보고 실행하면 된다.
5. [자본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초기에)]: 당연히 '자본'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디어를 펼치는데 '걸림돌'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자본확충도 '일'의 영역이며 해결될 수 있다.
6. [브랜딩은 맨 나중에]: '로고'디자인, 네이밍등 이 모든 브랜딩은 핵심사업의 컨셉과 비전을 명확히 정립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7. ['마케팅'이 생각보다 더 더 중요하다]: 고객확보(Customer Acquisition)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지 더더! 깨닫는다. 생각보다 너무 더 중요하다.
8. [훌륭한 리더]: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가치(Value)를 누구보다 빨리 발현해주고, 이를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9. [아니다 싶으면 바로 멈출 수 있는 용기]: 매 시작이 완벽할 수 없다. 도중 아니다 싶으면 하차할 수 있는 용기마저 지혜다.
10. [사업도 품격을 잃어선 안된다]: 사업도 하나의 법인이며, 그만의 품격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격'을 떯어뜨리는 행위(특히, 마케팅)를 해서는 안된다. 고객들도 품격있는 서비스를 결국 좋아한다. 고객획득비용(CAC)등 절대적수치 싸움에만 몰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30대 후반에는 내가 온전히 원하는 방향의 사업체를 2개정도 꾸릴 수 있는게 나의 현재 목표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는 일도 '삶'의 온전한 일부로서 즐기며, 나와 비슷한 꿈과 이상을 가진 분들과 작은 성공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엄청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내게 커리어적 최종 목적지가 있다면 바로 그런 상황일 것이다. 지금껏 다녔던 직장들에서 수많은 클라이언트과 대화에서 얻은 지혜들, 주식 트레이딩을 하며 익혔던 시장 매크로와 개별기업들 실적을 읽고/이해하는 법, M&A Advisory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익혔던 기업인수제안 및 실행과정, 그리고 미국 기업에서 전략적 재무의사결정을 도우며 배웠던 다양한 하드스킬들. 이 모든게 합쳐지니 내가 원하고 꿈꿨던 '사업적 기회'를 위해 온전히 내 역량을 쏟아붓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한다. 사람마다 꿈꾸는 만족스러운 '삶의 종착점'은 다를 것이다. 다만 모두가 똑같이 행복감을 느낄 때는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을 때라는 점에 상당부분은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주체적인 나로서 있을 수 있기 위해선 뭔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달라져야 한다. 한번쯤은 내가 쌓아왔던 것 경험, 기술들을 떠올려보고 취합해보며 앞으로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으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