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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n Sep 17. 2023

당연한게 없는 미국생활 이야기

자립적 성장의 가치


MBA를 계기로 한국에서 나와 미국 서부에서 살기시작한 것도 이제 4년째가 되어간다. 나와서 살아보니 얼마나 한국이 살기 편하고(한국시민으로서) 맘 편하게 살았는지 실감이 나는 편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세계 최고의 국력, 경제력을 자랑하는데 그 근본에는 일찍부터 전세계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있다. 인도인들이 미국 산업 경쟁력에 기여하는 비중은 이젠 누구나 알고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인종들이 넘어와 인더스트리별로 특색을 더하며 미국은 풍족한 자원과 지리적 요건을 레버리지 삼아 매년 '다양성'마저 이에 더해지며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미국은 무분별한 이민자들의 수용을 막기 위해 잠재적 '이민자'들에 대한 기준의 잣대를 엄격히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트럼프 정부 시절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이제 막 졸업하는 외국인들의 비자발급 기준을 까다롭게 올리며 규제하기도 했다. 이만큼 미국은 그 기득권을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고, 늘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시기에 있는 외국인들이 감당해야했다. 학생비자인 F-1부터 L, J등 다양한 비자들이 탄생한 것도 종류별로 이민자들의 권한을 제한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미국이 통제하기 위함이다.


나 또한 외국인으로서 4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부터 많은 고생들을 했다. B.C(Before Corona)때는 겪어보지 못했을 입국당시 따가운 눈초리로 MBA 오프라인 수업가능성 자체를 내가 입증해야했던 공항입국심사(당시 코로나가 한창일때 온라인으로 전환했던 FT MBA 학생들은 입국이 전면 금지되었다), 내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I-20부터 한국여권등을 바리바리 챙겨 다녀야했던 초창기 시절, 그리고 미국 내 경험이 없는 resume를 커버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던 MBA 서머인턴쉽 리쿠르팅 과정등. 나에겐 매일이 미국에서의 '내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하루하루였다.


매년 인더스트리 불문하고 끊임없이 높아지는 application # 때문에 떨어지고 있는 H1-B approval rate. 주별로 트렌트를 볼 수도 있다.

그나마 학생신분 일때는 분명했다. 일하지 않아도 난 학생이라는 이유로 굳이 추가적인 이유설명이 불필요했다. 하지만 졸업 이후에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Employer와 내 Work Authorization을 입증해야하며, Visa sponsorship, 심지어 금융기관 내 Credit 관리까지 꼼꼼이 챙겨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온전히 나로서 미국에서 자립해야한다.


이런 제한들 때문에 원래는 당연시 했던(한국에서) 내 삶의 행동양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난 어디에서 일하며 살고 싶은가?' '언제까지 일하고 싶은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내 경쟁력은 무엇인가?' 등. 모든 것 하나 당연시 주어지는게 없는 환경에 있다보니 내 행동/결정 하나하나에 생각의 무게가 실리게 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내다볼 줄 아는 '경험적 지혜'가 생긴다.


이게 고통스럽다고 얘기하고 싶은게 아니다. 난 오히려 이런 challenge들을 즐기는 편에 속한다고 느꼈다. 미국이란 대국에서 내 가치(Value)를 증명해가는 과정. 그럼으로써 적절한 보상을 받아내고 이를 협상해나가며 내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과정은 매우 의미있는 성장이었다. 미국은 또 이직이 자유라운 문화다. 절대 조직을 떠난다고 해서 손가락질 받거나 배신자라는 틀을 씌우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내 가치를 더 보상해주는 조직이 있다면 이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꽤 '이상적인' 환경에서 커리어를 추구해나갈 수 있다.


최근 부쩍 늘고있는 MBA 관련 커피챗 (Jaden의 미국 MBA) 중 종종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언제 MBA 가는게 좋을까?'였다. 내년이 좋을 지 그 후년이 좋을 지. 내가 드리는 답은 늘 같다. '마음의 준비가 되셨을 때요'.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면 가장 빠른 시기에 가라고 말씀드린다. 이유는 빨리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을 뗼 수록 개인적인 성장을 일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MBA학위 자체가 주는 가치는 100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20-30에 가깝다(개인적으로). 그 나머지 70정도는 MBA를 계기로 넘어와 치열하게 부딪히며 기회를 얻어내는 과정에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과정은 힘들다. 특히 요즘처럼 hiring freeze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MBA 졸업생들이나 신규 구직자들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MBA Co 21는 때늦은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 졸업식마저 하지 못한 학교가 많았으며, Co 22는 갑작스런 Tech 레이오프 타격으로 얼마 일하지도 못하고 새직장을 구해야하는 운명을 맞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Co 23는 이어지는 고용불안으로 FT을 얻어보지도 못하고 귀국해야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어느때나 그 졸업기수가 맞이하는 challenge는 다 다르게 존재한다. 즉, 이를 대처할 수 있는 개인만의 힘을 기르는게 중요하며 처한 특수한 상황을 통해 성취하는 가치는 모두가 다르다. 한 가지 내가 목격한 공통적인 점은 '끈기'가 있는 한 대부분이 결국엔 바랬던 결과를 비슷하게라도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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