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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Tree 한그루 Dec 29. 2022

작은 생명체가 주는 위안

조용한 햄스터가 주는 우리네 삶의 생기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어릴 적 강아지도 기르곤 했었는데 그들이 너무 예쁘면서도 혹시라도 물지는 않을까 싶어서 겁을 내곤 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 아빠 따라 놀러 간 아저씨네 아주 작은 새끼 강아지에게 발목을 물린 후부터 생긴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개들은 양반이다. 고양이 눈을 보면 그 눈빛을 읽을 수가 없어서 무서웠고, 야생동물들은 끔찍할 정도로 싫었다. 


더군다나 내 기가 너무 약해서 기센 야생동물이나 애완용 동물들이 나를 너무 만만히 본다는 것이다. 


어느 여름 초저녁에 남편과 함께 집 근처 작은 호수를 낀 생태공원으로 산책을 간 적이 있다. 

약 200미터 앞쪽에 희한하게 보이는 동물 2마리가 호수 쪽으로 가고 있었다. 

작은 개 정도의 몸집인데 걷는 모양은 고양이 같고. 누런색 같은데 까만 얼굴이 있는 것 같은 애들은 누구일까라고 생각하는 데 그중  한 놈이 얼굴을 돌려 우리 쪽을 보았다. 

어? 너구리네? 진짜 삼각형 얼굴이잖아?라고 하고 있는데, 그놈이 갑자가 내게 달려오는 것이다. 

나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정신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주 낮은 벤치 위에 올라섰는데  그놈이 거기까지 쫓아 온 것이다. '나는 오늘 야생동물에게 물리는구나'하고 공포에 질려있을 때, 남편의 신난 얼굴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핸드폰 카메라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겁도 없이 그놈 쪽으로 가면서 찍고 있는 게 아닌가? 


대려 놀란 놈은 황급히 몸을 돌려 호수 쪽으로 쏜살같이 도망을 갔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남편을 한 번 흘겨보았다. 진작 좀 도와주지...

남편은 다 아는 얘기를 했다. 도망가면 동물은 본능적으로 따라온다고..... 나도 안다..... 다만 몸이 말을 안들을 뿐. 


그러니 우리 딸아이가 그렇게 노래를 불러도 나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절대 동물을 집에 데려오는 일은 허락하지 않았다. 



참으로 우연히 햄스터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입성했다. 

같은 교회 성도 분 자녀들이 기르는 햄스터인데, 막내아들(3살)이 너무 좋아해서 자꾸 이 녀석을 손으로 찌르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다 아들도 물리고. 여러모로 너무 이 햄스터가 안돼 보인다며 그 녀석의 집이며 밥이며 간식을 다 싸주면서 우리 딸에게 키우라고 했다. 

딸내미는 이미 그들과 합의(?)가 끝난 상태이고 문제는 우리만 승낙하면 된다는데, 나는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 녀석을 교회까지 데리고 와서 떡 하니 앞에 놓고 말씀을 하시니 거절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생명체인데....


내 지식의 한계 안의 햄스터는 설치류에 속하고, 그 설취류의 대표인 쥐와 한 가족이니 결국 햄스터는 내가 끔직이도 싫어하는 쥐를 데려가는 것이다. 우리집으로. 

그나마 다행인 것 긴 꼬리가 없다는 점에 미관상의 커트라인을 겨우 넘겼는데...




그 녀석을 데려온 지 이틀 만에 딸아이가 제안을 했다. 

자기가 용돈을 벌어보려고 하는데 암컷 한 마다리만 사달라고. 

이미 한 마리가 집에 있는데 한 마디 더 들어온다고 뭐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 경제관념도 세울 겸 좋다고 승낙을 해 주었다. 


드디어 다른 한 마리를 마트에 가서 데려왔다. 

아직 마트를 떠나기 전 딸이 말하길, '햄스터 볼'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곳에 햄스터를 넣으면 이 녀석들이 집 안 여기저기를 잘도 다는다고 하면서 새끼를 낳으려면 운동을 해야 해서 사달라는 것이다. 

뭔지 모르는 나는 필요한 물건인가 싶어서 햄스터 몸 값보다 비싼 그 볼을 사 주었다. 


우리가 사 온 햄스터는 아이보리 색의 등치가 남들보다 큰 녀석인데 종자가 푸딩이었다. 

그 푸딩을 데려온 날 저녁, 딸아이는 자신의 햄스터가 그 볼을 타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닐 것을 상상하며 들 떠있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이 햄스터 볼은 햄스터가 돌아다는 수단-자동차 같은 것이었구나. 속았다....!


그날은 내가 초대한 친구네와 저녁을 먹는 날이라 나는 부엌에서 부산하게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는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물체의 소리. 벽에 부딪치는지 자꾸 쾅쾅 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보니 아주 작은 저녁이 사슴처럼 크리스탈 볼 안에서 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 처음으로 햄스터를 유심히 봤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햄스터를 키우는구나. 아직 만질 수는 없었지만, 우리의 Pet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몇 마리의 햄스터가 더 들어오고 나갔다. (새끼를 분양하겠다던 딸아이의 원대한 포부는 그 암수컷이 서로 앙숙이 되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났다 ㅎㅎ)



캐나다 영주권을 받고 약 3년 정도가 흘렀다. 

우리 아이는 캐나다에 살면서 강아지 한 번 못 키우는 것에, 그리고 다른 집 강아지들과 만날 때 마다 심통을 냈다. 이제 이 딸아이도 벌써 19살이 다 저물어 가는데도 말이다. 


여기는 집을 계약하는 조건 중에 Pet Policy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처음 집을 계약할 때 주인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혹시 중간에 변동이 있는 경우도 변동사항을 알려주어야 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해줘야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캐나다의 다세대 주택들은 애완용 동물을 금지하는 곳들이 참 많다. 

또 허락을 해 준다고 해도, 관리소-입주민 회(Strata) 에서 지정한 크기나 숫자의 애완용 동물만 키울 수 있다. 그에 상응하는 Deposit (보증금)도 내야 하고 아뭏든 복잡하지만 그래도 반려동물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다행히 소동물들은 따로 보고 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에 하나 건물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전적으로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나도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으나, 이 곳 동물병원비나 그루밍 비용 등이 너무 높아서 사실  엄두가 안 났다. 


그러다 그냥 우연히 윈도쇼핑이나 하려고 Pet Smart라는 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햄스터들 쪽으로 가는데 웬걸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너무 귀여운 밤톨 같은 녀석들이 자고 있는 게 아닌가! 


딸아이는 지금이 최고의 찬스라는 것을 직감하고는 한 마리 데려가자고 했다. 

못 이기는 척 나 역시 햄스터로 반려동물 건을 종결 지었다. 강아지에 비하면 이건 빅딜이니까 !


그렇게 낯선 땅에,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가 우리 집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요 녀석, 

한국말도 잘 알아듣는다. 

이름을 깡재라고 지었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와서는 집 위에 올라서서 밥을 달라고 눈을 맞춘다. 


우리 아이가 엄지와 검지를 맞춰 동그라미를 만들면 거기에 머리를 내밀고 들어와 손바닥에 앉는다. 

그러면 잘했다고 간식을 준다. 

강아지처럼 훈련이 되는 존재일 줄이야. 신기한 놈. 


사람 소리가 나면 

졸린 눈 비벼가며 나와서 쳇바퀴를 돌린다. 그러면 간식이 나오는 줄 아는 모양이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도, 

깡재의 등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 그만큼 순한 녀석이다. 


내가 일 다녀오면 

우리 아이가 오늘의 깡재일기를 얘기해 준다. 


남편은 새벽에 출근을 하는데, 

가기 전 이 녀석과 사과를 나눠 먹었던 얘기를 한다. 


나는 손을 씻고 이 녀석을 만져주고, 

얘기를 나눈 후 다시 손을 씻는다. 혹 이 작은 햄스터가 코로나라고 하는 거대 병에 노출되면 큰일이니까. 



햄스터들을 찍찍 소리도 안 낸다. 

웬만큼 아팠을 때에도 소리가 없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존재감만큼은 코끼리보다도 크다. 


그게 생명체의 힘 인가 보다. 

살아있다는 것은 교감을 갖는다는 의미이고 그 교감은 행복이라는 도파민을 생산해 내는 특효약이다. 


무료한 이 일상에 

살아 움직이는 이 생명체로 오늘 나는 감사함을 기도한다.

동그라미 속으로 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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