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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Nov 13. 2022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나요?

지난 10월 초 7주간의 에세이 쓰기 수업이 끝났다. 이대로 글쓰기를 끝내기가 아쉬웠던 동기들은 그 단톡방에 그대로 남아 아직까지 서로의 글을 공유하며 응원하고 있다. 나는 7주간 함께 했던 동기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 단톡방을 나가는 순간 내 마음속에 마련했던 '글쓰기'방에서도 나올 것 같아 무조건 여기서 버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자발적으로 매주 한 편 이상의 글을 써서 공유했고 ZOOM으로 다시 만나 글쓰기 선생님이신 임수진 작가님께서 미리 던져 준 '나만의 글쓰기 고민'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기하게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만약 나 혼자 이런 고민을 했었다면 글쓰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 조차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나는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와 위로를 느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가 되니 '글 잘 쓰는 법'의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진심을 다해 해결법을 제안했다. 나는 그중 두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첫 번째 방법: 다독

글쓰기 수업 후, 나는 없던 습관이 생겼다.

tv를 보다가, 아이와 얘기를 하다가, 운전을 하다가 등 '~하다가'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브런치나 블로그 또는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 떠올랐던 단어들을 적고 저장해 둔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다시 열어 저장해 둔 단어들로 글을 쓰려고 한다.


그. 런. 데.

이상하게 그 단어들이 서로 어울려 한 편의 글이 되지 않고 각자 따로 춤을 춘다. 나도 모르게 그 단어들과 함께 어깨춤을 춘다. 그 춤은 끝내 발행 버튼이 아닌 임시 저장 버튼으로 향한다. 글 소재가 생각나면 저장하는 습관이 생겨서 좋지만 수많은 단어로만 된 임시 저장보다는 한 편의 발행 글을 쓰고 싶다.   


단어의 정확한 뜻과 조금 더 깊은 지식이 있으면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을 잘 정리해 하나의 문장 그리고 하나의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으면서 시간과 장소 그리고 돈에 구애를 덜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독서다. 그리고 더 많은 지식을 원한다면 더 많은 책을 읽으면 된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어떤 책을 읽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아무 책이나 읽자'라는 마음으로 점심식사 대신 도서관에 갔다. 사전 지식 없이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두 권을 빌렸다.


정세랑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신의 계시인가? 그냥 생각 없이 빌려온 책에서 나는 아래 문장을 발견하고,

'그래 무엇이든 꾸준히 써보자'라는 결심을 했다.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중략)
여성이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이 존재하게 되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를 위한 전주곡으로라도 여러분의 그러한 행위는 무한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_자기만의 방-


글은 혼자 쓰는 것 같지만 결코 혼자 쓰는 게 아니니, 다른 창작자들과 끝없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그 후 오래 곱씹었다.

             정세랑_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두 번째 방법: 필사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쓰기가 어렵다는 우리들의 고민에 임수진 작가님께서 '필사'를 해보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각자 좋아하는 작가를 정하고 그 작가의 작품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필사해보라고 했다. 작가님의 얘기를 듣자마자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박완서'작가님 작품을 필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당장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밀리의 서재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수필을 검색했다. 그리고 '세상에 예쁜 것'이라는 책으로 결정하고 필사를 시작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 쓰려다가 읽다 보니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까지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하는 필사라 그런지 손, 팔목, 그리고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무겁고 통증이 느껴졌지만 하루, 이틀 그리고 하다보니 일주일 동안 매일 필사를 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머리와 마음에 고요함, 편안함 그리고 가벼움이 느껴졌다. 마음이 가벼워진 만큼 나의 몸에도 쓸모없는 힘이 빠져나갔다. 만약 내가 명상을 해봤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이젠 매일 아침 내 몸과 마음에 평온을 전해주는 필사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한 이 필사 행위를 나는 꽤 오랫동안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한동안은 박완서 작가님께 올인할 것 같다.



11. 07~11.13 악필이지만 행복했던 필사의 시간





40년 이상 글을 쓰신 박완서 작가님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시는데 이제 막 시작한 내가 글쓰기가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것이 영 부끄럽다. 이제는 투덜거리기보다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고 내 속도로 써보기로 하자.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나요?'라는 질문에 아직 답은 못 찾았지만, 내가 무언가를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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