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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Feb 26. 2023

나의 취미?

취미: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오묘하고 신기한 나의 글쓰기 모임에서 매주 주제를 던져준다. 이번 주 주제는 "취미"이다.


나는 이 주제를 확인하고 나의 취미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한다. 즐기기 위한 일이 취미라면 요즘 일과 가사를 빼고 주로 행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이지만 내가 그들을 즐기지 못하니 내 취미는 확실히 아니다. ​


독서는 재미는 있지만 아직 엄청 즐기진 못한다. 가끔 지적이게 보이고 싶은 욕망에 어려운 책을 구매하지만 첫 장을 읽자마자 덮는다. 글쓰기는 독서보다 더 심하다. 글쓰기는 즐길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평생 나의 취미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쓸수록 더 어려워지고, 더 쓰기 싫어지고 그래서 글쓰기라는 행위를 내 시간 중 가장 구석을 몰아넣어둔다. 그만큼 적성에 영 안 맞다. 그렇지만 자꾸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건 아마도 글쓰기는 내가 이룰 수 없는 꿈, 즉 로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취미' 로 글을 쓰면서, 나는 절대 취미가 될 수 없는 독서와 글쓰기를 왜 하는지 그리고 내 취미가 무엇인지 이제 알게 되었다. 이래서 글을 써야 하나....:)


나는 독서와 글쓰기 속도가 엄청 느리다. 그만큼 읽지도 쓰지도 않았으니 느린 것은 당연하다. 이 느린 속도를 더 느리게 만드는 또 다른 행위가 나의 취미이다. 그 또 다른 행위는 "공상하고 일 벌리기‘이다.




예 1) 독서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 몇 장 읽다가 마음속으로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며 당장 다음 날부터 해야 하니 일단 노트부터 사서 계획을 짜야겠다며 나는 곧장 문구점을 향한다. 문구점으로 걸어가는 동안 상상 속 나는 이미 미라클 모닝 100일을 끝낸 사람 되어있다.  다음 날 미라클 모닝은 실천헸지만 100일은 가지못했고 내 책상 위엔 앞 몇장만 쓴 노트들이 너저분하게 쌓여있다



예 2) 글쓰기

독서플랫폼 #꿈의도서관 프로그램인 소설 기초 입문반 수업 시간에 쌤이 매주 숙제를 주신다. 주제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은 신나는 상상을 시작한다. 등장인물 이름들을 짓고, 사건을 만들다 혼자 '이거 대박인데'라며 피식하고 웃는다. 수업 하루 전날까지 그렇게 머릿속에서 글을 쓰고 그 속에 빠져 계속 이야기를 상상한다.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머릿속 이야기 주인공 캐스팅을 하고 책 표지부터 그린다. 나는 엉망진창인 내 그림을 보며 웃다가 '그림 수업'을 신청해 볼까라며 검색을 한다. 탱자 탱자 상상하고 일벌이다가 수업 당일 아침, 나는 선생님에게 '이번 주 숙제는 제출하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뻔뻔하게 톡을 보낸다. 쌤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즐겁다



예 3) 블로그 마을

우연히 알게 된 #밤호수 님의 블로그, '이게 뭐야'라며 발을 담갔다가 벌써 3년째 푹 담고 있다. 밤호수님의 블로그에서는 '블로그 마을'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 매년 크리스마스이브 메타버스 상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블로거라면 조건 없이 참가할 수 있고 원하는 상점을 오픈하고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 물론 진짜는 아니지만, 현실보다 더 멋진 상점들과 이벤트가 열린다. 매년 겨울 블로그 마을 파티 시즌이 시작되면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많은 블로거들이 솔선수범해서 파티를 완성해낸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그 시즌이 되면 우리 식구들은 '밤마다 뭐 하는 거냐'라며 묻는다. 나는 '그런 게 있다'라고 잘라 말한다. 늦은 밤, 나는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실실 웃는다. 아마 누가 나한테 시켰다면 절대 안 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거창하고 폼 나는 취미를 답해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나의 취미는 딱히 쓸모없는 상상하기이다. 그리고 그 상상을 일로 벌리기다. 가끔은 공상 때문에 돈을 쓰기도 하고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 행위를 통해 최고의 즐거움과 행복을 얻는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의취미 #상상 #일벌리기 #즐거움 #행복 #뭣이_중헌디 #오신나 




덧붙임: (블로그 이웃님들 중에 요래 쓰는 분들이 계시길래 또 따라 해본다)

내가 요즘 몸과 마음이 힘든 이유를 찾았다.

나는 무모하지만 재미있는 상상하고 또 그 상상을 더해 현실에서 일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밀려 취미생활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힘든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좋은 해결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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