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로 오신나 칠 인이 다시 뭉쳤다. 우리는 부산, 진주, 양상, 전주, 수원, 용인, 양양에 살고 있다. 누구 하나 겹치는 동네도 없고 생김새도, 생각도, 문체도 모두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책 읽기와 쓰기를 좋아한다는 것뿐이다. 이렇게 다른 이들이 어떤 동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하다. 남의 이야기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막상 나의 동네 이야기를 쓰려니 쓸 얘기가 없다.
내가 사는 동네, 용인시 수지구. 골목길 보단 4차선 도로가 즐비하고, 주택보다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노포 보단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많고 동네 슈퍼보다 대형 마트가 많다. 신분당선을 기준으로 학원가로 유명한 수지구청역과 대형마트를 품은 쇼핑몰과 대장 아파트가 위치한 성복역이 우리 동네의 중심가이다. 대한민국 여느 큰 도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서울 외곽 지역이라 대형 음식점과 카페가 많다. 하지만 줄 서서 먹는 식당은 잘 가지 않는다. 빵은 식빵과 바게트만 먹는 빵 맛 1도 모르는 사람이라 어떤 카페가 좋은지 전혀 모른다. 이게 전부다. 분량도 재미도 뽑아낼 수 없는 소재다. 난감하다.
노트북을 붙들고 있어도 그 이상 쓸 내용이 없었다. 생각이 벽에 갇혔다. 달려야겠다. 바로 운동화를 신고 나와 달렸다. 익숙한 달리기 코스는 나의 심호흡을 편하게 만들어주었고 붉고 노란 단풍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오로지 내 몸에 집중하는 이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명상의 시간이 되었다. 달리는 동안 ‘내가 사는 동네’라는 단어에 갇혀있는 나를 발견했다. 달리기를 멈추고 온라인 국어사전에서 ‘동네’의 뜻을 검색했다.
동네 : 자기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공간
어디서 어디까지라는 범위가 없다. 내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내가 주로 활동하는 일정한 공간이라면 꼭 용인시 수지구가 아니라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써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바로 떠올랐다. 탄천, 아르피아 체육공원, 수지체육공원, 광교 호수공원, 월드컵 경기장, 광교산. 내가 달릴 때 자주 가는 달리기 맛집들이다. 동네 맛있는 음식점은 몰라도 달리기 맛집은 줄줄이 꿰고 있으니, 이게 내가 써야 할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빠짐없이 써야겠다. 어느 맛집부터 소개할지 쓰기 전부터 설렌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달리기 코스’로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산책 코스’로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만약 달리기와 걷기, 모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읽고 나서 ‘한번 나가볼까?’라는 생각만이라도 해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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