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운드 6] 캐나다 영주권의 길이 막혔다.

길을 헤매, 길을 내.

by 자두치킨

캐나다 이민의 사연들은 참으로 다양한데 아이의 조기유학을 위한 기러기 가족, 워홀러, 여행왔다가 눌러앉은 사람들 등 가지각색이다. 내 경우는 처음부터 영주권이 목표였으므로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주했다. 임시거주자 신분으로 캐나다에 입국한지 벌써 일 년이 되가고 그 간에 캐나다 정부는 이민자들을 대폭 수용한다는 정책을 급선회해 국경의 빗장을 걸어잠갔다.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트뤼도의 친이민 정책이 꼽혔다. 체감 상, 이 캐나다 시골마저도 인도인들에게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월마트, 코스코, 팀홀튼 할 것 없이 모든 상점의 직원이 인도인이고, 듣기로는 일부 대도시 외곽은 아예 인도가 됐다고 했다. 또한 수많은 난민들 중 일부는 캐나다의 노숙자로 전락했다.


역이민 하는 한국인들의 사례가 심심찮게 들린다. 유일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주공사들의 홍보를 제외하고 유튜브에서도 캐나다에서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목소리가 경종을 울린다. 캐나다에서의 매서운 첫 겨울만큼이나 싸늘한 소식들이다. 이민의 과정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들을 접하며 배웠다. 선배 이민자들이 겪고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이 나만 피해 가란 법이 있나? 물론 따뜻한 봄 같은 좋은 시절에 캐나다에 들어와 1년도 안 돼 영주권을 얻은 사람들도 있긴 하다. 인생은 매 순간의 선택과 타이밍의 오묘한 조화. 나는 한 발, 아니, 하루 한발자국으로 친다면 300발자국 정도 뒤쳐진 듯 하다.


나는 빗장이 걸리기 직전 운 좋게 2년짜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일자리도 얻었다. 지금은 1년짜리 비자조차 사전에 발급받기도 어려울 뿐더러 공항에서 비자가 거절돼 캐나다에 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채 돌아가야 하는 처참한 상황도 발생한다. 캐나다 영주권이 목표라면 몇 년이고 버틸 수 있도록 투자 가능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확고한 마음가짐이 필수다. 장담컨대, 물질적, 심적으로 만반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지금은 캐나다에 오면 안된다. 계획대로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확률이 99.9%. 그냥 한국에 있는 편이 낫다.


내가 진행하려던 NBPNP라는 이민 파일럿 프로그램은 NB주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며 특정 직종에 종사했던 사람에게 영주권을 준다. 이 외에도 AIP(대서양주 - 뉴브런즈윅, 노바스코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뉴펀들랜드)프로그램으로 신청할 수도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고안된 이래 작년에 처음으로 영주권 신청 접수가 예고 없이 중단됐다. 시골의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자들로 채우는 주정부 입장에서는 이민자수를 드라마틱하게 줄이겠다는 연방정부의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다. 노동력을 최저시급에 수급받던 고용주들 입장도 난처하다. 이 와중에 코메디는, 저렴한 노동력을 해외에서 충족시키기 위한 이민장려정책 중 하나인 LMIA가 UN에 의해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이 밑바닥의 진실이 세계에 까발려졌다는 점이다. 최저시급을 받으며 클로즈드워크퍼밋(나를 고용한 고용주의 업장에서만 근무해야 하는 워크퍼밋)으로 버텨야 하는 외노자들은 생활고 뿐만 아니라 지정된 업장에서만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한 악덕업주의 온갖 갑질도 견뎌야 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내 경험 상, 캐나다에서 욕을 먹고 있는 이런 부류의 한인악덕업주들은 한국 기업들에 훨씬 더 많이 포진해 있다.) 단, 현대판 노예제도인 LMIA를 터뜨린 UN은 이미 임시거주자 신분으로 캐나다에 존재하고 있는 수십만의 사람들의 향방을 염두한 것인가? LMIA가 막힌다면 이곳에 이미 와 있는 임시거주자들은 추방되거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막말로 한국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 온 생과 가족의 희망을 한 몸에 담고 캐나다로 입국한 인도인들이나 일부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점은 지적만 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대안 없는 폭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녀가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고 온 가족이 무상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1년 거주 후 세금을 신고하면 각종 베니핏도 받을 수 있는 복지를 임시거주자 및 유학생, 난민들이 모두 누리고 있으니 투표권을 쥐고 있는 시민권자들이 트뤼도의 무분별한 이민정책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실제로 인도인들의 경우 한명이 영주권을 취득후 부모 조부모 자녀들까지 입국시켜 모든 베니핏을 누리는데, 전체 이민자 중 이같은 인도인들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수년 전부터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결국 트뤼도는 극치에 달한 물가상승률 캐내디언의 실업율, 주택부족 등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임하고야 말았다.


2025년 초, 다시 이민프로그램이 열렸다. 개인적으로 우려했던 대로 상당수의 임시거주자들이 몸담고 있는 잡포지션의 영주권 접수가 중단됐고 비자 연장의 가능성은 묘연해졌다. 미국은 트럼프가 칼을 휘두르고 캐나다도 보수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영주권은 점차 아득해져간다. 2년, 길게는 3년 내에 영주권을 신청할 목표로 들어왔으나 미래는 역시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농락당하면서 인생의 파고를 만든다.

이제 이 파도를 어떻게 탈까?

뭍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첫째 아이가 그토록 애정하는 모아나의 OST처럼 '자유롭게 길을 헤매'는 쪽을 선택할 것인가.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잃어도

찾아가야 할 곳이 멀리 있다면

그 곳을 향한 내 마음은 모든 걸 넘을 수 있을까


길을 내 험한 숲 속에

길을 내 거친 산 위에

길을 내 그대 마음에

음 나는 걸을래


무서울 것 없는 난 앞으로 나가기만

쓰러져 눈물이 나도 다시 일어나면 그만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만

아픔이 있다 해도 내게는 아주 짧은 순간

밝은 미래 나의 길을 위해

그리고 내겐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세상은 내게 기회를 주고 있었지

조금 힘이 들지라도 난 웃었지


길을 내 "넘어지더라도 또 일어나"

길을 내 "곁에 다른 누구 없어도"

길을 내 "오 바로 그대가"

그래 나는 또 걸을래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곳을"

모두 걸어가고 있을 때

"그 어느 날에 우리 다시 만나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부디 웃으면서 얘기하기를


그렇게 나는 숲을 헤쳐나갔지

신이 나면 나의 노랠 흥얼거렸지

그런 어느 날 뒤를 봤을 때 내 길

그대로 누군가의 오랜 흔적이 있었지

난 나뭇잎에 덮힌 누군가의 길을

그대로 걸어왔던 것 뿐 이었네

uh 누군가의 길을 그대로 걸어온 것 뿐이었네


길을 내 "넘어지더라도 또 일어나"

길을 내 "곁에 다른 누구 없어도"

길을 내 "오 바로 그대가"

음 나는 걸을래

길을 내 "넘어지더라도 또 일어나"


-혹시 넘어지더라도 나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아무리 힘들어도

길을 내 "곁에 다른 누구 없어도"

-곁에 누구 없더라도 나 혼자라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대도

길을 내 "오 바로 그대가"

-험한 숲 속에 거친 산 위에 그리고 바로

그대 마음에 내가 가야 할 곳 거길 향해

음 나는 걸을래 길을 내 그대 마음에

그래 나는 또 걸을래


https://youtu.be/39lgXc1bTCg

"그 어느 날에 우리 다시 만나면"이마에 땀을 닦으며 부디 웃으면서 얘기하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운드 5] 캐나다 응급실, 천국과 지옥